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6월 이라크와 쿠웨이트와의 2연전에 나설 26명의 소집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선수들의 자세를 언급했다.
그는 "예전처럼 애국심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표 선수라면 마음가짐이 달라야한다. 사명감을 가져야한다"면서 "부임 후 1년 동안 느낀 것인데, 이곳 대표팀이 간절한 선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고 했다. 작심 발언이었다.
홍 감독은 "우리는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다. 개인의 재능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 시 된다면 과연 팀에 도움이 될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고 강단 있게 말했다. 평소에도 강조하는 '팀 스피릿' '원 팀'에 대한 소신이었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1년 앞두고 나온 사령탑의 메시지라 더 화제였는데,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확인할 무대가 펼쳐진다.
홍명보호가 6일 오전 3시15분(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이라크를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 후 10일 한국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으로 예선을 마무리한다.
현재 4승4무(승점 16)로 B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홍명보호는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추가해도 자력으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다. 이라크전 무승부면 상황 종료다. 이번 예선에서 한 번도 진 적 없으니 기대가 크다. 하지만 마냥 낙관적으로 생각할 순 없다.

요르단(승점 13)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는 이라크(승점 12)도 동기부여가 크다. 안방에서 한국을 잡는다면 본선 다이렉트 진출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그 희망을 높이기 위해 지난 5월 새 사령탑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는데, 한국전이 아놀드 감독의 데뷔전이다.
이라크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면서 '다시 해보자'는 의욕으로 충만한 선수들과 경기해야하는 홍명보호다. 전임 카사스 감독의 이라크는 지난해 10월 직접 상대한 경험(3-2 승)도 있고 다른 팀들과의 영상 자료도 충분하지만 아놀드의 이라크는 처음이라 또 괴롭다.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도 고민이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라크 현지 날씨는 최고 기온이 45도에 이를 정도의 폭염이 기승이다. 현지 대표팀이 오후 9시부터 훈련을 시작하는 것도 최대한 더위를 피하기 위함이다. 대표팀 주전 풀백 설영우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덥고 습한 기운이 훅 올라왔다"면서 "대표 선수들 모두 중동에서 경기한 경험이 많지만, 늘 어렵다"고 고충을 전했다.
특히 지금은, 대표팀의 주축인 유럽파들의 정규시즌이 막 끝난 터라 더 우려스럽다. 체력과 컨디션은 떨어졌고 심지어 손흥민과 황희찬 등은 몸 상태도 온전치 않다. 가뜩이나 몸이 무거운데 폭염 속에서 전의에 불타는 이라크를 상대해야하니 쉽지 않은 과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내가 한 걸음 더 뛰는 '이타적인 플레이'와 '팀 정신'이다.

기본적으로 축구는, 누군가 덜 뛰면 누군가는 더 뛰어야한다. 공을 주고받으면서 공격할 때도 그렇고 상대를 막기 위해 협력할 때도 마찬가지다. 공격수가 앞에서 넋 놓고 있으면 뒤에 수비수들이 애를 먹고, 상대 수비가 밀집돼 있는데 패스 받을 사람들이 발붙이고 있으면 줄 곳이 없어 진땀을 뺀다.
잘 뛰던 사람도 계속 뛸 수는 없다. 더우면 더 빨리 지친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지 않으면 밸런스는 무너진다. 전력 차가 큰 상대거나 우리 팀 에너지가 아주 좋으면 어찌어찌 넘어가는 일도 생기지만 이라크전은 그런 조건이 아니다.
"우리는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사령탑의 메시지를 선수들이 얼마나 새기고 있을지 확인할 수 있는 '폭염 속 이라크전'이 될 전망이다. 어차피 북중미에서 우리보다 강한 팀을 상대할 때는 더더욱 팀으로 뭉쳐야한다. 앞으로 1년 동안 홍명보가 신경 쓸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