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할 구위를 가졌다."
지난달 27일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 후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은 처음 상대해 본 알렉 감보아에 대해 한곁같이 "까다로운 투수"라고 입을 모았다.
이진영 삼성 타격 코치는 "우리는 감보아의 약점을 간파해 무너뜨렸지만, 다음에 감보아를 만나는 팀은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주전 포수 강민호는 "직구가 워낙 좋아 치기 쉽지 않았다"고 감보아를 상대한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당시 삼성은 4⅔이닝 동안 삼진을 9개나 당할 정도로 감보아의 공을 치는데 애를 먹었다. 2회 감보아에게 뽑아낸 4점도 상대의 아쉬운 수비와 감보아의 투구 전 허리를 숙이는 습관을 활용한 삼중도루 등의 재치있는 플레이로 만든 것이었다.
감보아가 삼중도루를 허용한 다음 이닝부터 허리를 세우고 공을 던지자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는 다시 침묵했다.
KBO리그 데뷔전에서 패전 투수가 됐지만 김태형 롯데 감독은 "생각보다 잘 던졌다. 염려를 많이 했는데 투구 수가 80개 넘어서도 구속이 안 떨어졌다. 워낙 구위가 좋기 때문에 점차 적응을 마치면 괜찮을 것 같다"며 감보아의 피칭에 합격점을 내렸다.

그리고 감보아는 모두의 예상대로 두 번째 등판에서 위력적인 투구를 뽐냈다.
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한 감보아는 7이닝 동안 99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쳐 첫 승을 수확했다.
더 이상 허리를 숙이지 않는 감보아의 '개선된' 폼에서 나오는 피칭은 키움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 삼성전에서 김태형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은 감보아의 '스태미너'는 키움전에서도 빛났다. 최고 구속 155㎞에 달하는 묵직한 강속구는 7회까지 유지됐다.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KBO리그 데뷔승을 따낸 감보아는 동료들로부터 물세례를 받으며 기쁨을 나눴다.
물론 감보아가 완벽하게 KBO리그에 적응했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다.
아직 두 경기 밖에 등판하지 않았고, 첫승을 따낸 상대는 팀 타율 꼴찌(타율 0.231)인 키움이었다. 외국인 타자 루벤 카디네스도 부상으로 빠져 있었다. 강팀을 상대로 검증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앞선 두 경기에서 감보아가 보여준 투구는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른 팀을 상대하면서 리그 환경과 타자들의 특성에 적응하면 위력이 배가될 것이라는 전망도 틀린 말이 아니다.
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펼치며 한화 이글스의 상위권 안착을 이끌고 있는 코디 폰세처럼, 롯데도 감보아가 빠르게 리그에 적응해야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의 느낌은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