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챗GPT)

수십 년간 이어진 한국가스공사의 독점 체제가 LNG(천연가스)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NG 수송의 핵심 인프라인 배관망 독립성이 부족한 데다가 가스요금 검증 과정 역시 불투명해서다. 산업 고도화와 함께 전력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LNG 역할이 확대되는 만큼 민간 직수입자 중심의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생태계 재편이 필요하단 분석이다.

배관망 독립성 미비… 정보 공개도 안갯속

/그래픽=김은옥 기자

한국가스공사는 그동안 LNG 저장설비부터 배관망, LNG선에 이르기까지 독점 인프라를 발판 삼아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유일한 도매사업자로 지역 도시가스 회사에 천연가스를 판매하는 동시에 전국 배관망을 독점 운영해 '망 중립성'을 결여시켰다. 배관망 운영과 판매권을 동시에 소유하는 경우 자사 물량을 유리하게 배정하거나 차별적 이용 조건을 설정하는 등 공정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 가스공사는 LNG를 운송하는 가스 배관망의 인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민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공정성 문제는 더 두드러진다. 철도·전력·통신 등 국가 기간망 사업 중 가스 분야만 유일하게 판매사업자와 망 사업자가 같다. 철도는 KTX와 SRT가 선로를 이용하고 전력은 발전사들이 송전망을 활용하지만, 두 경우 모두 운영은 각각 국가철도공단과 한국전력이 맡는다.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수송과 판매 부문을 법적으로 분리, 별도 공공기관에서 가스 배관망을 관리한다. 세계 각국이 가스 시장 구조를 개편한 건 중장기적으로 LNG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산업 전반의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가스사업법이 배관 공동이용에 대해 보장하고 있으나 상세 내용은 해당 법안과 산업부 고시에 부재하다"며 "가스공사의 사규인 배관 시설 이용 규정에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관망 정보공개가 미흡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점 체제인 탓에 관련 정보가 이용자에게 공개되지 않아 직수입자를 비롯한 제3자는 정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재 전국의 배관망 시설은 정압관리소 147개소, 차단관리소 146개소인 데 반해 7개 정압관리소의 실시간 배관압력 정보만 제공되고 있다. 연간 배관 운영 계획도 시설 이용자와 공유하지 않은 채 2~3주 전에 배관 정비계획이 통보된다.


해외 주요국들이 배관 정보공개 의무를 법령으로 규정한 것과는 대비된다. 미국·영국·이탈리아·일본 등에선 주요 또는 전체 인입 및 인출지점에 대한 압력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불투명한 가스요금 운영 체계…국민 부담만 가중

/그래픽=김은옥 기자

폐쇄적인 가스요금 검증 절차도 문제다. 현재 가스 시장은 전력을 비롯한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요금 심의·감독 기관이 없다. 가스공사가 외부 감사 없는 요금 체계를 고수하면서 국민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는다. 도시가스 요금은 원료비(80%)와 가스공사 공급비용(20%)으로 구성되는데, 공급비 조절을 통해 요금 인상을 완화할 수 있는 데도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원료비 미수금에 대한 대규모 이자 비용도 소비자 요금에 반영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2022년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8~2023년 민수용 원료비 미수금에 따른 누적 이자 비용은 6232억원으로 추산된다. 미수금 금액 및 산정방식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도시가스 소비자는 실체조차 모른 채 비용을 떠안고 있다.

LNG 관련 해외 지분투자 비용도 요금 기저에 반영된다. 가스공사는 도입부터 공급까지의 국내 천연가스 사업을 규제 서비스로 분류해 관련 비용을 요금에 포함시키고 있다. 도시가스사업법상 규제 서비스에 해당하면 서비스 제공에 투입된 비용을 가스요금에 포함시킬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해외 지분투자도 필요 비용으로 간주돼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LNG 생태계 발전, 공정한 경쟁이 '관건'

가스공사의 현 체제는 민간 직수입 기업들과의 유의미한 경쟁을 가로막고 LNG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운다. 지난해 10월 기준 가스공사의 평균요금제 발전단가는 kWh당 130.66원으로 민간 직수입사(38.17원) 대비 3.4배 비쌌다. LNG 가격이 비싸질수록 발전단가는 높아지고 전기요금 역시 상승한다.

LNG 수요 증가로 합리적인 가격으로의 도입 필요성이 커지면서 직수입 기업 중심의 공급망 다변화 요구도 확산되고 있다. LNG 직수입사는 ▲경쟁력 있는 가격의 유연한 현물 도입으로 LNG 시장 경직성 완화 ▲가스공사와의 경쟁 활성화를 통한 발전단가 하락 ▲민간 LNG 터미널 공유 및 가스공사에 직수입 물량 판매 등 국가 천연가스 수급 안정 기여 등의 순기능을 갖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NG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망 독립성과 요금 산정 등을 위한 제3자 감독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