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뉴시스)

오랜 시간 국내 LNG(천연가스) 시장을 주도한 한국가스공사의 운영과정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교적 고가의 LNG를 수입해온 데다가 공급 과정에서도 경직된 요금제를 적용해서다. 이는 가스공사의 재무건전성을 저해하는 동시에 전기료 인상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단 우려다.

한국가스공사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LNG를 국내에 도입했다.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EM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LNG 도입단가는 동북아 4개국(한국·중국·일본·대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2년 한국은 유일하게 톤당 1080달러에 LNG를 들여왔으며, 2023년에도 일본(710달러), 대만(630달러)보다 훨씬 높은 817달러를 기록했다.


물론 국가별 수급여건에 따라 도입단가는 매년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2020년에는 일본, 2021년에는 대만이 가장 비싼 도입단가를 기록했다. 또 세 나라는 한국과 달리 겨울철 고가 현물구매 필요성이 낮다. 일본은 장기계약 비중이 높고 중국은 자국 생산 천연가스 비중이 60%에 달한다. 대만은 연중 온화한 날씨와 균등한 소비 흐름 덕에 동절기 수요가 적다.

민간 직수입사보다 비싸게 수입 중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를 보면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직수입사의 톤 당 LNG 수입단가는 가스공사보다 저렴했다. 직수입사는 매년 적게는 130달러, 많게는 418달러나 싼값에 LNG를 수입해 왔다. 국내 평균가보다도 매년 100~300달러 낮은 가격에 물량을 확보했다.

다만 가스공사는 1990년부터 누적된 장기계약 물량 계약으로 인해 가격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던 걸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1~2023년에 체결된 신규계약기준으로 가스공사의 수입단가가 민간직수입자보다 6~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국민의 요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개별요금제 비중도 최초 시행한 2021년 대비 지금껏 10.56%포인트 상승했다. 개별요금제란 발전사 등 수요처마다 별도의 계약 조건을 반영해 요금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수요 예측이 미흡했단 반응도 있다. 정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22년에 660만톤의 천연가스를 전기 생산에 사용하는 것이었고, 가스공사도 수년 전 660만톤의 80%를 장기계약으로 확보했다. 해당 연도에 사용한 천연가스는 예상치보다 1178만톤 많은 1900만톤에 달했다. 부족분 중 400만톤을 비싼 급매물 시장인 '스팟'에서 구매했다.

대신에 대내외 상황 변화가 LNG 물량 변동에 영향을 미쳤단 점을 염두해야 한다. 해당 연도에는 발전용 천연가스 소비가 증가한 동시에 직수입 및 기저 발전량이 감소하면서 가스공사가 그 몫을 감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물가격이 급등한 시기에 발전용 직수입 물량이 급감해 수급에 대한 책임을 가스공사가 부담했다. 또 원전·석탄 등의 기존 발전 인프라에 변화가 생기면서 LNG 발전량도 함께 늘었다.

가스공사의 평균 요금제도 문제로 지목된다. 평균 요금제는 개별 도입 계약에 따른 비용 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모든 LNG 계약 가격을 평균 내 동일 단가로 발전사에 공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단가 물량이 포함될 경우 전체 요금이 함께 올라가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일부 발전사에는 개별요금제가 적용되지만, 장기계약을 맺은 발전사들은 평균 요금제 적용을 피할 수 없어 손실이 불가피하다.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구조도 가격 협상력을 약화할 수 있단 분석이다. 현재 가스공사는 국내 LNG 시장에서 도매사업과 배관 운영을 장악하고 있다. 유일한 도매사업자로서 지역 도시가스 회사에 LNG를 판매하는 동시에 공공재인 가스 배관망의 운영과 관리도 겸업하는 방식이다. 직수입사는 천연가스를 도입할 순 있지만, 자가소비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고 판매는 불가하다. 비교·견제가 부재한 현 시장 상황에서 가스공사의 가격 조정력은 시장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전기요금에도 영향을 준다. 고가의 LNG 도입 비용이 전력도매요금(SMP)를 끌어올려 전기료를 상승시키는 것이다. SMP는 발전원 중 가장 비싼 비용을 제시한 발전기의 연료비를 근거로 정해지고 대체로 LNG가 기준이 된다. 지난해 10월 가스공사의 평균요금제 발전단가는 kWh당 130.66원으로 민간직수입사(38.17원) 대비 3.4배 비쌌다.

가스공사의 재무건전성도 불안정하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연결기준 402%로 4년째 400%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4분기보다 31%포인트 개선됐으나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미수금은 395억원 늘어난 14조871억원을 기록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민수용 가스를 공급하면서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의 연료가 비싼 수준인 만큼 공급망 다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