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사이에서 말차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matcha를 검색한 결과./사진=인스타그램 캡쳐

"드디어 말차의 때가 온 것 같아요."

평소 말차라떼를 자주 마신다는 유지현씨(24)는 "최근들어 SNS에 말차 관련 게시물이 부쩍 많아졌다"며 "말차를 정말 좋아했는데 유행까지 되니 관련 제품이 많아져 기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matcha를 태그한 게시물은 890만 이상일 정도로 초록빛 말차가 Z세대의 새로운 잇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말차는 일본 전통 녹차의 한 종류로 찻잎을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든 차다. 예전에는 일부 마니아층의 음료로 여겨졌지만 최근 Z세대 사이에서 트렌디한 음료로 자리 잡고 있다.
말차 글로벌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2025년 1월 발행된 더 비지니스 리서치 컴퍼니의 말차 글로벌 시장 분석 그래프./그래프=더비지니스리서치컴퍼니

더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말차 시장은 지난해 38억4000만달러(5조2100억원)에서 올해 42억4000만달러(약 5조7500억원)로 약 10.3% 성장할 전망된다. 국내 주요 식품·음료 브랜드도 앞다퉈 말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SNS 타고 전 세계로… 말차, Z세대를 사로잡다

성수에서도 말차의 인기는 뜨겁다. 사진은 성수 더 커피에 길게 줄이 늘어선 모습과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이치고 말차의 모습./사진=김다정 기자

"오픈 첫날과 그 다음 날에 손님들이 줄 서서 1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했어요."

지난달 중순 국내 1호점으로 오픈한 성수 더 커피(서울 성동구) 직원 박경원씨(25)에 따르면 이 카페의 가장 인기 메뉴는 '이치고 말차'다. 딸기의 달콤함과 말차 특유의 쌉싸름함이 조화를 이룬 이 음료를 찾는 손님들로 가게는 북적인다. 현장에서 만난 김지원씨(21)는 "요즘 녹차라떼가 유행이길래, 근처에서 놀다가 검색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말차의 인기에 힘 입어 말차 특화 매장도 생겼다. 사진은 오설록 말차 특화 매장 입구와 내부 모습./사진=김다정 기자

차 브랜드 오설록도 건강관리 트렌드와 높아지는 말차 인기에 발맞춰 지난 3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티샵을 말차 특화 매장으로 재단장했다. 평일 낮임에도 매장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안희주씨(22)는 "말차의 쌉쌀한 맛을 좋아하는데 이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말차 메뉴가 있어서 일부러 왔다"고 말했다. 안씨는 "인스타그램에 말차 관련 게시물이 요즘 정말 많이 뜬다"며 "SNS를 통해 말차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Z세대 사이에서 말차 마시는 모습을 인증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사진은 빅토리아 곤졸레스씨가 본인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사진=김다정 기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온 빅토리아 곤졸레스씨는(22) 직접 말차를 들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틱톡에서 인플루언서들이 말차 들고 찍은 사진 많이 봤다.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말차가 정말 유행한다"며 "한국에서도 말차 마셔보고 싶어서 전문 카페를 찾아왔다"고 전했다.


말차 유행은 외국에서 시작됐다. 틱톡부터 인스타그램까지 해외 인플루언서들(젠데이아, 카일리 제너, 벨라 하디드 등)이 말차 라테를 마시는 모습을 SNS에 올리며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들의 모습을 따라 하는 디토 소비 현상이 맞물려 전 세계 Z세대 사이에서 말차 유행이 빠르게 퍼졌다. 말차 특유의 초록빛과 건강한 이미지, 쌉쌀한 맛까지 더해지면서 맛과 건강, 시각적 만족감까지 추구하는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최수지씨(25)는 "말차가 커피 음료보다 카페인이 더 낮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말차를 선택할 때가 많다"며 "비교적 다른 음료에 비해 당도가 낮게 느껴지는 것도 요즘 세대의 저당 식품 소비 트렌드에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맛뿐만 아니라 낮은 당과 카페인 등 다른 음료에 비해 건강한 이미지가 말차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Z세대를 잡아라… 식품업계, 말차 콜라보 제품 줄줄이 출시

식품업계에서 말차를 활용한 제품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사진=롯데웰푸드, 매머드커피

높아지는 말차의 인기에 한국에서도 말차 트렌드를 공략한 음료와 상품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최근 빈츠, 아몬드볼, 빼빼로 등에 제주산 녹차잎으로 만든 말차를 더한 시즌 한정판 제품을 출시했다. 해태제과는 홈런볼 말차딸기, 오리온은 초코파이 말차 쇼콜라를 선보였다. 스타벅스, 매머드커피 등 주요 카페 브랜드에서도 말차 시즌메뉴를 한정 판매하며 흐름에 동참했다. 매머드커피는 시즌 메뉴 출시 2주만에 누적 판매량 10만잔을 돌파하기도 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국내외 트렌드를 살펴봤을 때 말차에 대한 관심이 지속 상승 중이었으며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말차가 건강한 소재이자 독특한 맛과 매력적인 색상(녹색)으로 인기 소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셀럽들이 말차를 소비하는 모습을 젊은 세대가 따라 하려는 디토 소비 양상도 유행의 한 축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말차, 정말 건강할까?

말차가 정말 건강 효과가 있는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 보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Z세대가 클린 걸, 웰니스 이미지로 말차를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실제 건강 효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김도완 서울한의원 한의사는 "말차에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가 일반 녹차보다 많이 포함돼 있다"며 "지방 산화 촉진, 혈당 조절 등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커피와는 달리 말차에는 L-테아닌이라는 아미노산이 들어 있어 긴장을 완화하고 뇌파를 안정시키는 작용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마시는 방식에 따라선 건강과 거리가 멀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미경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말차 트렌드는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러한 트렌드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보이지만 음료로 만들어 판매할 때 우유와 액상과당 등을 혼합하게 되면 칼로리, 당, 지방 섭취량이 증가하게 된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말차는 한 잔에 약 70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이는 에스프레소 1샷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루 3~4잔 이상 섭취할 경우 불면증, 심장 두근거림, 불안, 위산 과다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말차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현재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과 적절한 섭취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