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활동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존재. 양질의 일자리만 좇느라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계층. 인생의 황금기를 낭비하고 있는 청춘. 일명 '쉬었음 청년' 뒤에 꼬리표처럼 붙는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다. 청년 개인의 사정을 무시한 채 '쉬었음 청년'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사회적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쉬었음 청년'에 대한 차가운 시선… "쉬는 이유는 살펴봤나"
1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3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11월 71만9000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69만5000명) 대비 3.5% 늘어난 수준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통계 발표 후 고용 동향 점검 회의에서 "일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무게"라며 "이 문제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생산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과제"라고 우려했다.
김 장관처럼 '쉬었음 청년'의 구조적인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쉬었음 청년' 개인에게 문제 원인을 찾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사단법인 '오늘은'과 '열고닫기'가 지난해 8월 공동 발간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설문 조사에 참여한 '쉬었음 청년'의 83.5%는 '쉬었음 청년은 의욕이 없다'는 사회적 시선을 느꼈다. '시간을 계획 없이 보낸다' '사회에 복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회적 시선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76.7%, 64.2%에 달했다.
머니S가 만난 '쉬었음 청년' 김상연씨(29·가명)는 쉬고 있는 청년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6년생인 김씨는 대학교에 다니다 2018년 자퇴했다. 아르바이트로 경험했던 주방 일에 매력을 느껴 요리를 업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퇴 후 한식·일식·양식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식당 다섯 곳에서 경험을 쌓았고 현재는 운동 중 다쳐 휴직 상태다. 다리 수술 이후 건강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김씨는 "사람들은 '쉬었음 청년'이 왜 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휴직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쉬었음 청년'을 지적하는 건 무례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쉬었음 청년' 중에서는 특정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잠시 쉬어가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사람마다 재충전 기간이 필요할 수 있고 쉬는 게 꼭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쉬었음 청년'도 미래 확신… 유일한 걸림돌은 '결혼'
'쉬었음 청년'인 김씨는 현재 일하고 있지 않으나 미래에 대한 확신은 충분했다. 과거 오랜 기간 일하며 모아놓은 돈이 있었고 향후 계획도 확실히 세워놓은 덕분이다. 미래를 안일하게 생각한다는 '쉬었음 청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결이 다른 모습이다. 현재 건강상 이유로 잠깐 쉬고 있는 상황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할 기회'라고 평가하는 등 '쉼'의 긍정적인 면을 언급했다.
김씨는 건강 회복 후 다시 요식업에서 일할 예정이다. 3년 안에 자기 식당을 운영하는 게 목표다. 그 전까지는 착실히 일하며 자본금을 모으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계획이다. 다수 업장에서 일해보는 게 자영업을 시작했을 때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어서다. 김씨는 "지금껏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해왔고 앞으로도 한동안 비슷한 상황일 것 같지만 3년 안에는 책임지고 내 이름을 건 가게를 하고 싶다"며 웃었다.
김씨는 인터뷰 내내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으나 결혼에 대해서는 다른 청년들처럼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혼한다면 가정을 위해 안정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만큼 자영업 시작 시점을 늦춰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신의 상황에서 결혼과 커리어를 동시에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김씨는 "최종 목표는 자영업을 하는 것인데 목돈이 들어가는 게 문제"라며 "자영업을 하면 결혼할 돈이 없고 결혼한다면 자영업할 돈이 없을 것 같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혼과 자영업에 모두 욕심이 있지만 둘을 동시에 하는 건 돈이 모자라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자영업에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해 이성을 만날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부담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