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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이 이번 주 중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대한 표결 절차에 돌입한다. 법안 통과를 위한 핵심 관문인 '클로처(cloture, 토론 종결)' 표결이 빠르면 이번 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표결은 미국 디지털 경제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주도로 추진돼 왔다. 이후 지난달 일부 수정안이 반영되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16명이 찬성표를 던지는 등 초당적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통과를 위해서는 상원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지니어스 법안은 2500억달러(약 340조원) 규모로 성장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처음으로 명확한 규제 테두리 안에 넣는 세계 최초의 입법 시도다. 법안은 ▲발행 자격 요건 ▲준비금 1:1 보유 의무 ▲정기 감사 ▲감독 주체 명시 등을 골자로 한다. 시장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강화하면서도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함으로써 산업 성장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이 법안은 과거 '테라·루나' 사태처럼 준비금이 부실한 프로젝트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뒀다. 또한 전 세계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달러에 가치를 연동하고 있는 점에서 미국이 디지털 경제에서 달러 패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카드로도 읽힌다.
김경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달러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갖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미 국채 매도와 금 매수 흐름에 대한 대응이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준비금을 통해 미 단기 국채의 주요 매수자로 떠오르는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융 접근성이 낮은 신흥시장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 이른바 '탈 달러화' 흐름을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니어스 법안이 실제 통과될 경우 또 하나의 가장 큰 변화는 '규제 명확성'에 따른 신뢰도 향상이다. 기존 금융기관들도 안심하고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은행과 핀테크와의 연계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디지털 금융 허브' 경쟁에서 미국이 한 발 앞서 나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디지털 달러 확산은 국익"이라는 기조를 내세우며 민간 기반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의 금융당국 변화도 주목된다.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는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의와 함께 발행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은 원화에 가치가 고정된 가상자산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의하고 발행사의 최소 자본금 기준을 50억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이는 핀테크와 스타트업 등 비은행권 기업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가상자산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 허용 조항도 포함돼, 제도권 내 투자 환경을 주식시장 수준으로 확대하고자 했다.
민병덕 의원은 "디지털자산은 이제 금융의 주변부가 아닌 글로벌 경제질서를 바꾸는 핵심 요소" 라며 "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디지털자산 발행과 유통 전반에 대한 규제를 도입했으나 국내는 여전히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규제가 부족한 실정" 이라며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