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소, 무제-(N)91142, 1991. 캔버스에 유채. 198 x 243 cm (77.95 x 95.67 in). (타데우스 로팍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타데우스 로팍은 이달 13일부터 8월 2일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강소 작가의 개인전 '연하(煙霞)로 집을 삼고, 풍월(風月)로 벗을 사마'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9월 갤러리와 국제적 협업을 체결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전시다. 회화, 조각, 판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이강소 작가의 독창적이고 선구적인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전시 제목은 16세기 조선 유학자 퇴계 이황의 시조 '도산십이곡'에서 따온 것이다. 자연 속에서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고 자아를 우주적 질서와 조화시키려는 시인의 태도를 담고 있다.

이강소는 "자연의 흐름에 맞춰진 상태, 침묵 속 감응의 순간, 그리고 물아일체의 경험을 포착하려 끊임없이 시도한다"며 "마음과 우주가 하나가 되면, 이때 나도 남도 탈각한다"고 말한다.

작가의 회화는 서구 회화가 강조한 개인적 자아 표현을 넘어서 보다 절제된 형태를 띠고 있다. 긴 서예 붓과의 교감을 통해 몸의 움직임을 회화에 담아냄으로써 동양 철학의 '기운생동'을 구현한다.


이강소 '연하(煙霞)로 집을 삼고, 풍월(風月) 로 벗을 사마'展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이번 전시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에 이르는 주요 작품을 통해 작가의 형식적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 전반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슴, 오리, 배 등은 작가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특히 '배'는 작가 작업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초기 구체적이었던 배의 형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한 선의 흔적으로 바뀐다. 마침내 형상은 사라진 채 형언할 수 없는 자연의 숭고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이는 서양 근대회화와 동아시아 수묵화가 만나는 지점이다.

전시는 회화와 조각 간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이강소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순수한 에너지'에 초점을 맞춘다. 갤러리 중정에 설치된 조각 '무제-94095'(1994)는 평면을 넘어 공간으로 확장된 배의 모습을 보여주고, '팔진도'(1981/2017)는 바닥에서 솟아오른 듯 다채로운 산맥처럼 펼쳐진다.

1990년대에는 점토 덩어리를 던지고 중력으로 조형되는 '스스로 만들어지는 조각'을 시도하며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에 조각의 형성을 맡긴다. 이는 자연의 영속적인 흐름을 포착하려는 인상주의적인 태도와도 통한다.

이강소 작가는 1965년 서울대 회화과 졸업 후 다양한 전위 예술 운동에 참여했다. 1970년 '신체제' 창립 멤버이자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 창립의 주역으로 한국 현대미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다양한 전위 예술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발전시켜 왔다. 또한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 전시에도 참여하며 국제적인 위상도 확고히 했다.

이강소 작가 (타데우스 로팍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