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조사성과’ 언론공개회에서 출토된 유물인 백제 23대왕 삼근왕의 어금니로 추정되는 치아를 공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23년 9월부터 1-4호분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해 왕족의 장신구와 삼근왕의 어금니로 추정되는 치아 등을 발굴 했다고 밝혔다. 2025.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너비 1.2㎝와 0.7㎝의 두 어금니가 백제 웅진기(475~538) 왕릉의 주인을 밝히는 결정적 열쇠가 됐다. 주인으로 지목된 인물은 477년 즉위해 3년 만에 생을 마감한 제23대 삼근왕(465~479). 이 '비운의 군주'가 세상을 떠난 나이는 고작 14세였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이하 연구소)는 17일 서울시 중구 한국의집에서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1~4호분'에 대한 재조사 성과를 언론에 공개하며 "2호분의 주인공이 삼근왕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은 백제가 웅진(현 공주)으로 천도한 475년부터 538년까지 재위한 웅진기 왕들의 묘역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은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연구소가 이번에 조사한 왕릉원 1~4호분은 무령왕릉 묘역 북동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동쪽부터 1호, 2호, 3호, 4호분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연구소는 2023년 9월 해당 유적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해 오는 11월까지 진행한다. 오동선 연구사는 "일제강점기 때인 1927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에서 한 차례 조사를 진행했다"며 "하지만 당시 조사가 거칠게 진행돼 정보가 빈약한 상태로 전해져 96년 만에 (해당 왕릉을) 재조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조사성과’ 언론공개회에서 장신구와 백제 23대왕 삼근왕의 어금니로 추정되는 치아 등 1-3호분에서 출토된 유물을 공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23년 9월부터 1-4호분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해 왕족의 장신구와 삼근왕의 어금니로 추정되는 치아 등을 발굴 했다고 밝혔다. 2025.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날 관심은 왕릉원 2호분에서 출토된 어금니에 집중됐다. 해당 유물이 2호분의 주인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입증 자료라고 연구소 측에서 강조했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이 어금니에 대해 가톨릭대학교 해부학교실 이우영 교수팀에 법의학 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 이 어금니는 10대 중후반 청소년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소는 2호분의 주인이 웅진기 초기 개로왕(21대)의 손자이자, 그의 직계 후손 중 유일한 10대 군주였던 삼근왕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황인호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장은 이와 관련해 "1호분은 삼근왕의 아버지인 문주왕의 왕릉일 가능성이 큰데, 문주왕은 477년 귀족 세력에 피살됐고, 아들 삼근왕은 479년에 고구려군에 목숨을 잃었다"며 "두 왕의 죽음의 시차가 2년에 불과하고, 두 무덤이 인접돼 있는 데다 규모와 구조가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즉 "동쪽에 최초로 묻힌 1호분이 문주왕이고, 그 서쪽의 2호분이 삼근왕"(박순발 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이라는 설명이다.

1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조사성과’ 언론공개회에서 출토된 유물인 귀걸이와 백제 23대왕 삼근왕의 어금니로 추정되는 치아를 공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23년 9월부터 1-4호분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해 왕족의 장신구와 삼근왕의 어금니로 추정되는 치아 등을 발굴 했다고 밝혔다. 2025.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다만 연구소는 2호분의 주인이 삼근왕이라고 100% 확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어금니 법의학 분석으로는 연령만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외의 정보는 알 수 없어서다.

오동선 연구사는 "추가적인 연구를 하려면 유물 DNA 분석과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등 방법을 써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어금니를 파괴해야 한다"며 "하지만 파괴하면 성별 등은 알 수 있겠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파괴 분석'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번 재조사를 통해 웅진 초기 백제가 정치 혼란기가 아니라, 안정된 정치 체계를 갖추고 수준 높은 금공예 기술과 활발한 대외 교류를 이어갔다는 점도 새롭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올해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1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백제는 삼국 가운데 가장 먼저 전성기를 맞은 나라였지만, 문헌과 고고학적 기록이 부족해 그 실체를 규명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재조사는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시도"라며 "특히 웅진기 백제 왕실의 실상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대거 확인된 점에서 중요한 성과"라고 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1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조사성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23년 9월부터 1-4호분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해 왕족의 장신구와 삼근왕의 어금니로 추정되는 치아 등을 발굴 했다고 밝혔다. 2025.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