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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간 무력 충돌이 닷새째에 접어든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 현지에 파견됐던 대형 건설업체 소속 직원이 제3국으로 대피했고 주변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회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당장 해외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동 일대 사업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대이란 기습 공격이 시작된 후 이란 내에 근무하던 국내 건설업체 소속 직원이 철수를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아랍에미리트(UAE)로 대피했다.
해당 건설업체는 이란 현지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없었고 연락책 역할을 하는 한국인 직원 1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가 이란에서 건설사업을 수주한 건 15년 전쯤의 일로 미국의 경제 제재 후에 착공은 물론 사업 진행을 못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번 교전으로 발생한 국내 건설업체들의 피해 사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이스라엘 공습 후 현지 핫라인 등 연락망을 구축했고 국토교통부와 비상상황 대책반을 마련해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중동 수주 절반… 무력 충돌 장기화시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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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대치가 장기화하거나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경우 해외 사업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중동은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주 텃밭이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중 절반 가량이 중동에서 발생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수주액은 184억9000만달러(약 26조9270억원)로 해외 총 수주액 371억1000만달러(약 54조396억원)의 49.8%를 차지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동 수주 비중은 48.5%로 집계됐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진출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UAE·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 등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사우디에서 추진 중인 총 공사비 10억달러(1조3000억원)의 네옴시티 터널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곧바로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겠지만 신규 수주 위축과 향후 해외 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예상한다. 이미 올해 중동 수주액(56억달러)은 전년 동기(100억달러) 대비 44% 줄어든 상황이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건설업 특성상 중동 국가들이 전쟁 영향으로 발주를 줄이거나 계약을 연기하면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류 대란과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기존 사업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도 부담 요소다.
중동에 대형 인프라 현장을 보유한 국내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재 직접 피해가 발생한 건 아니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영향이 있다"며 "중동에 진출한 건설업체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지사를 통해 국가별 동향과 정세를 지속해서 파악하고, 비상 상황에 대비해 직원 신변 안전 계획을 재정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국제 유가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테헤란 공습 후 70달러대로 급등했다. 국제 유가가 10% 이상 급등한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JP모건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최고 13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중동 발주국의 재정 건전성이 좋아지는 장점도 있지만 변동성에 따른 손실도 발생한다"면서 "기업 입장에서 보면 현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