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여름은 주 6회 경기해야 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겐 가장 힘든 시기인데 특히 매 순간 힘을 써야 하는 투수에게 더욱 고되다.
투수 중에서도 매일 등판을 준비해야 하고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하는 필승조, 마무리투수의 체력 소모는 더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여름이 되면 불펜진의 과부하가 심해지고, 경기 후반 사사구가 속출하다 역전극이 펼쳐지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 또한 날씨와 무관치 않다.
지난 주말 이틀간 치러진 7경기에서도 7회 이후 승부가 갈린 경기가 5경기나 됐다. 마무리 투수가 무너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불펜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불펜 평균자책점 1위는 한화 이글스(3.50)다. 마무리투수 김서현을 필두로 주현상, 한승혁, 박상원 등의 필승조가 탄탄하다.
특히 시즌 시작 이후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옮긴 김서현은 '1년 차 클로저'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이다. 18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블론세이브는 2번밖에 없었고, 평균자책점 1.51의 '짠물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상대 타자를 찍어 누르는 타입이다.

그런가 하면 롯데 자이언츠는 불펜 평균자책점이 4.42로 7위지만, 6월만 놓고보면 1위(3.09)다.
마무리투수 김원중이 중심을 잡고, 정철원과 최준용, 좌완 정현수가 확실한 필승조로 자리매김했다.
'베테랑 클로저' 김원중은 현재까지 20세이브에 블론세이브 3회, 평균자책점은 1.56이다. 시즌 초반 다소 불안한 시기도 있었지만 점점 안정감을 찾고 있다.
김원중 앞을 책임지는 정철원도 마무리 경험이 있어 사실상 두 명의 클로저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T 위즈는 마무리투수 박영현의 비중이 크다. 상황에 따라 8회에 등판해 아웃카운트 4, 5개를 잡고 세이브를 올리는 경우가 많고, 연투도 잦은 편이다.
이길 수 있는 경기엔 박영현을 올려 반드시 잡고 간다는 게 이강철 감독의 생각이다.
매년 '혹사 논란'이 나오지만 박영현은 올해도 건재하다. 현재까지 21세이브로 구원 1위이고 블론세이브도 4개가 있지만 평균자책점은 2.61이다.

KT는 선발투수를 최대한 길게 쓴 뒤 여러 불펜투수를 이어 붙이고, 박영현으로 문을 닫는 게 '승리 공식'이다.
SSG 랜더스 역시 마무리투수 조병현과 '불혹의 필승조' 노경은이 사실상 더블스토퍼 역할을 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조병현은 평균자책점 1.54에 13세이브, 노경은은 평균자책점 2.20에 13홀드로 활약 중이다.
반면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는 뒷문이 다소 불안한 편이다.
KIA 정해영은 지난 주말 SSG전에서 연거푸 실점했다. 21일 경기에선 9회 2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해 연장전 무승부의 빌미를 제공했고, 22일 경기에서도 2점 차에서 등판해 1실점 후 간신히 막아냈다.
지난해 구원왕을 차지했던 정해영이지만, 올 시즌은 지난해만큼의 위용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세이브는 19개로 많지만 평균자책점이 3.38로 높은 편이다.

삼성은 2년 차 이호성에게 마무리 중책을 맡긴 상태다. 아무래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이호성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하다.
김태훈, 오승환, 김재윤 등 베테랑과 배찬승, 황동재 등 어린 투수들로 이뤄진 필승조가 연일 흔들리며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
지난 5일 SSG전에선 마무리 이호성이 7회 2사 후 등판해 2⅓이닝을 막고 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다른 투수들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한여름 팀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키' 중 하나는 불펜투수, 마지막 문을 잠그는 마무리 투수라 할 수 있다. 무더위 속 뒷문 단속을 확실하게 하는 팀은 더 위로 올라갈 수 있고, 반대로 그렇지 못한 팀은 역전패와 더불어 더 큰 체력 소모를 겪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