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 (서울시사편찬위 제공) 2013.1.27/뉴스1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풍백화점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인재(人災)로 기록된 이 사고로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당했으며, 6명이 실종됐다.

삼풍백화점은 1989년 개점 당시 강남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고급 백화점을 표방했다. 그러나 화려한 외관 뒤에는 치명적인 부실 공사와 안전 불감증이 숨어 있었다. 애초 아파트 상가 건물로 설계됐던 것을 무리하게 백화점으로 용도 변경하면서 기둥을 얇게 만들거나, 에어컨 냉각탑의 위치를 무단으로 변경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


특히 옥상에 설치된 대형 냉각탑의 무게는 옥상 구조물이 견딜 수 있는 하중을 훨씬 초과했다. 이는 붕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또한, 영업 확장과 수익 증대를 위해 무리한 증축과 내부 구조 변경이 빈번하게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안전 점검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묵살됐다.

사고 발생 몇 달 전부터 백화점 곳곳에서는 균열이 발생하고 천장에서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지는 등 붕괴의 전조 증상이 나타났다. 붕괴 당일 오전에도 5층 식당가 기둥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천장이 주저앉는 현상이 발견됐다. 하지만 백화점 경영진은 영업 손실을 우려해 4, 5층만 폐쇄하고 나머지 층의 영업을 강행하는 최악의 판단을 내렸다.

결국 오후 5시 57분, 5층 식당가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백화점 건물 전체가 불과 20여 초 만에 폭삭 주저앉았다. 평일 퇴근 시간과 맞물려 가장 많은 손님과 직원이 건물 안에 있었던 시간대에 발생한 사고라 피해는 더욱 컸다.


붕괴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수색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콘크리트 잔해 더미 속에서 생존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 사고는 전국민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안전 불감증과 총체적인 부실 행정이 빚어낸 참사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