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1년 10개월 만에 마운드에 복귀한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다저스는 여전히 신중하다. 투타 겸업을 하는 오타니의 특성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타니는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코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동안 27구를 던지며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LA 에인절스 시절이던 지난 2023년 8월 24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아 투수로 나서지 못했던 오타니는 최근 마운드에 복귀했다.

오타니는 지난 1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투수 복귀전을 치렀고, 2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 이어 29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까지 꾸준히 등판했다.

첫 2경기에서 1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던 그는 세 번째 등판에선 처음으로 멀티 이닝을 소화했다.


라이브 피칭 대신 실전 등판으로 방향을 바꾼 셈인데, 투구 내용은 인상적이다.

세 차례의 등판에서 모두 시속 100마일(약 160.9㎞) 이상의 직구를 꽂았고, 3번째 등판에선 최고 구속이 101.7마일(약 163.7㎞)까지 나왔다. 101.7마일은 오타니가 빅리그에서 기록한 개인 최고 구속이다.

오타니 스스로도 "라이브 피칭이었다면 이 정도의 구속이 나오기 어려웠을 것 같다"면서 "실전 피칭을 하면서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 AFP=뉴스1

구속이 이 정도로 올라왔다면 오타니가 '정상 로테이션'을 소화해도 크게 문제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팔꿈치 수술을 소화한 투수에게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것이 구속 회복인데, 오타니는 이미 구속에 대한 우려는 지워버렸다.

남은 과제는 이닝을 늘려가는 것인데, 다저스는 이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오타니가 '투타 겸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6이닝 90구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면서 "올 시즌 내 완전히 준비된 상태가 나올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오타니는 일반적인 선발 투수와는 다르다. 그렇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심을 모았던 오타니의 올스타전 '투타 겸업'도 없을 것이라 확실히 선을 그었다.

오타니는 올스타 1차 팬 투표에서 내셔널리그 전체 1위 득표를 기록해 결선 투표 없이 올스타전에 직행한 상태다.

투수의 경우 팬 투표 없이 추천 선수로만 출전 선수를 가린다. 오타니의 올 시즌 투수 표본이 적긴하지만 인기 등을 고려하면 명단에 포함되는 것이 합당하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 AFP=뉴스1

그러나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올스타전에서 투타 겸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타니는 홈런 더비 출전도 고사했다. 그는 "현재 진행되는 방식이라면 꽤 까다롭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홈런 더비에서 단기간 많은 스윙을 하면 투수로의 빌드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겠다는 의미다.

일단 올 시즌 오타니는 타자로 최대한 집중하고, 마운드에선 감을 찾아가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