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의 포항스틸러스 이적에 분노한 팬들이 FC서울 구단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사진은 지난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서울과 포항의 경기에서 김기동 서울 감독을 향한 비판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FC서울을 떠나 포항 스틸러스 이적을 앞둔 기성용이 홈팬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지만 성난 팬심을 가라앉히진 못했다.

지난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서울과 포항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서울은 포항을 4-1로 완파했지만 많은 팬의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의 레전드로 활약한 기성용 이적 때문이다.


기성용은 최근 김기동 서울 감독과 출전 시간을 놓고 갈등을 빚은 끝에 포항 이적을 선언했다.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기성용의 이적 소식에 많은 팬은 충격에 빠졌다. 이미 박주영 등 구단 프랜차이즈스타들과 원치 않는 이별을 했던 팬들은 때마침 이날 진행된 포항전에서 분노가 폭발했다.
FC서울 팬들이 기성용의 포항 이적에 대한 불만과 함께 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지난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에 대한 항의 집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일부 서울 팬들은 경기 전부터 "김기동 나가"를 외쳤다. 서울 개인 지지자들은 서울월드컵 경기장 북측 광장에서 '무능 불통 토사구팽 구단 FC서울 장례식'을 열고 집회를 열었다. 주최자는 방어회를 차린 제사상에 향을 피우는 등 구단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홈 관중은 경기 시간 내내 김 감독을 비롯해 서울 관계자에게 야유를 퍼부었고 기성용 이름을 연호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기성용은 경기를 마치고 그라운드를 내려와 "지난 10년 동안 행복했다. 서울로 돌아와 좋은 모습을 보여드로기 싶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5년 동안 죄송한 마음이 많았다"며 "이런 모습으로 떠난다는 게 너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기성용은 "언젠가 할 이별이 조금 더 빨리 다가왔다. 제일 사랑하는 서울이라는 구단이 나로 인해서 더 이상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남은 선수들은 팀을 위해 열심히 뛸 거다. 선수들을 위해서 응원해 주면 나도 편하게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기성용 사과도 성난 팬심을 막지 못했다. 일부 팬들은 선수단 버스를 막아서는 일명 '버막'에 나섰고 경찰 등이 출동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구단 버스와 팬들의 대치는 김 감독이 내려 사과한 뒤에야 진정됐다. 김 감독은 성난 팬들을 진정시킨 후 다음달 1일 예정된 간담회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