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에서의 영광을 뒤로 하고 진출한 미국 무대에서 '동병상련'을 겪던 'LPGA 2년 차 듀오'가 팀 대회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함께 일궜다. 이들은 "혼자선 못 해냈을 일"이라며 서로에게 영광을 돌렸다.
임진희-이소미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의 미들랜드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다우 챔피언십(총상금 330만 달러) 최종 4라운드 포볼 경기에서 8언더파를 추가했다.
최종합계 20언더파 260타로 렉시 톰슨-메간 캉(이상 미국)과 동타를 이룬 이들은 포섬으로 진행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임진희와 이소미 모두 미국 무대 첫 우승의 감격이다. 이들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다 지난해부터 LPGA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KLPGA투어에선 둘 다 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KLPGA투어에서 6승을 작성한 임진희는, 특히 미국 진출을 앞둔 2023년엔 4승으로 다승왕까지 차지했다. 이소미도 통산 5승에 준우승 7회, 3위 8차례 등 우승권 성적을 자주 찍는 선수였다.
국내 무대 통산 상금도 임진희가 21억 8700만 원, 이소미 30억 7600만 원이었다. KLPGA투어에서 안정적으로 투어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둘 다 과감한 도전을 선택했다.
LPGA Q시리즈는 무난하게 통과했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모인 LPGA투어 본무대의 경쟁력은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긴 이동 거리와 타이트한 스케줄까지 더해 어려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둘 다 첫 시즌 나름 선전했지만 LPGA투어 첫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임진희와 이소미 모두에게 LPGA투어 첫 우승은 간절했다. 오랫동안 투어를 뛰어도 우승 없이 커리어를 마치는 경우도 숱하게 많고, 미국에 진출했다가 씁쓸하게 한국으로 유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승은 힘든 생활의 동기부여가 될 좋은 자극제였다.
이런 가운데 두 선수가 팀 대회에서 뭉쳤다. 팀 대회는 개개인의 성적보다도 호흡이 중요하다. 파트너가 부진할 때 다른 선수가 채워주고, 잘할 때는 더욱 탄력 받을 수 있게 돕는 호흡이 있어야만 좋은 성과가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 임진희-이소미의 호흡은 완벽했다. 한 명이 주춤하면 한 명이 활약을 펼치며 간극을 메웠고, 나흘 내내 선두권을 마크했다.
우승을 확정 지은 마지막 라운드도 인상적이었다. 포볼로 진행된 이날 전반 9개 홀에선 임진희가 많은 버디를 낚으며 주도했고, 후반엔 이소미가 힘을 보탰다.
톰슨-캉과의 연장전은 '백미'였다. 4라운드가 포볼이었던 것과 달리 연장전은 두 선수가 번갈아 한 공을 치는 포섬이었다.
파3 18번홀에서 진행된 연장 첫 홀, LPGA투어 통산 11승에 빛나는 톰슨이 먼저 티샷을 날려 홀컵 근방에 공을 떨궜다.
압박감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이소미도 지체없이 샷을 날렸다. 톰슨보다는 먼 거리에 떨궜지만, 승부를 걸어볼 만했다.
임진희가 '해결사'로 나섰다. 상대보다 거리가 멀기에 먼저 버디 퍼트에 나섰는데, 과감한 샷으로 홀컵에 공을 떨궜다. 이제 압박을 느끼는 쪽은 상대편이 됐다.
캉 역시 LPGA투어에서 고진영(30)을 연장에서 꺾은 적이 있는 선수인데, 끝내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임진희보다 더 짧은 퍼트를 놓쳤고, 그렇게 임진희-이소미의 우승이 확정됐다.

둘은 짧은 포옹을 나눈 뒤, 마지막 퍼트를 놓친 캉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넸다. '승자의 품격'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후 동료들의 물세례로 격한 축하를 받은 뒤에야 첫 우승을 실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우승 직후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둘은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임진희는 "혼자라면 해낼 수 없는 우승이었다. 우리는 최고의 팀이었다"고 했고, 이소미는 "믿을 수 없다. 작년에 함께 어려운 LPGA 루키 시즌을 보냈는데, 같이 우승하게 돼 행복하다"며 울먹였다.
2019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 우승자 두 명이 모두 LPGA투어 첫 우승을 경험하는 건 임진희-이소미가 처음이다.
개인 스포츠인 골프에서 '팀'으로 함께 우승을 나누는 경험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임진희와 이소미의 경우 여기에 더해 LPGA투어 첫 우승이라는 소중함까지 더했다. 이들에겐 이번 우승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