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배우 위하준이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본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며 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3'(극본/연출 황동혁, 이하 '오징어 게임 3') 출연 배우 위하준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위하준은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과 드라마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징어 게임 3'은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만 기훈(이정재 분)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분),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다. 극 중 위하준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게임판을 추적하면서, 이를 멈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황준호 역을 연기했다. 드라마를 마친 위하준은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하다, 퍼레이드 때 시즌 1부터 제작한 영상을 보는데 울컥하더라, 작품을 떠나보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리즈의 완결판인 시즌 3에서도 황준호는 마지막 회가 되어서야 게임을 하는 공간에 입성하고, 게임을 끝내는 데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이에 극에서 황준호의 서사가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황동혁 감독은 인터뷰에서 "준호는 맥거핀이었다, 결말이 바뀌면서 준호와 용병이 섬에 먼저 도착하면 안 되는 숙명에 빠졌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위하준은 역할 비중이 줄어들어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그런 건 전혀 없었다, 대본을 다 봤는데 감독님이 어떤 걸 의도하고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지 알았다"라며 "시즌 1부터 3까지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수혜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었다,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일부 시청자들은 '준호 팀은 그냥 도시어부 찍은 것 아니냐'라며 극에서 준호와 용병들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위하준은 "준호가 현실에서 발버둥 쳐도 희망이 없다는 걸 대표적으로 보여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허탈함과 허망함을 표현한 게 아니었을까, 그런 부분에 공감해 주시면 인물이 더 짠하게 느껴질 듯하다"라며 "'도시어부' 밈을 만들어주신 건 재밌었다"라고 했다. 이어 "임팩트가 크지 않아도 그 사람만의 서사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게 배우로서 가치 있는 일인 것 같다"라고 사견을 전했다.
처음 황 감독이 구상했던 엔딩처럼 준호와 용병이 섬에 일찍 진입했으면, 어떤 타이밍에 들어가는 게 좋았을까. 위하준은 "시즌 2에서 성기훈이 반란을 일으킬 때 준호와 용병들이 합세했으면 승산이 있지 않았을까, 그때가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을까 싶다"라고 했다. 하지만 준호의 결말에 아쉬움은 없다고. 위하준은 "퍼레이드가 끝나고 감독님과 배우들 다 같이 식사를 했는데, 그때 감독님이 캐릭터 하나하나에 진심을 다했다면서 '어떻게 하면 살릴지 고민했다, 알아달라'라고 하셔서 '많이 노력하셨구나' 공감이 가고 짠하기도 했다"라며 황 감독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전했다.
극 말미 황준호는 게임의 우승자인 222번 아기를 맡게 된다. 프론트맨인 형 황인호(이병헌 분)가 동생에게 아이를 맡긴 이유에 대해 위하준은 "아이가 미래 세대에 대한 상징이지 않나, 형 인호를 만났을 때도 그냥 둔 게 아이를 품고 있어서라고 봤다"라며 "그런 정의로운 사람이기에 준호에게 아이를 맡긴 게 아닐까"라고 했다. 준호가 받은 456억 사용 여부를 궁금해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위하준은 "아마 준호라면 아이가 클 때까지 돈을 잘 보관했다가 돌려줬을 듯하다"라며 "아이를 잘 키운 뒤에는 형을 끝까지 쫓았을 것 같다"라고 준호의 미래를 추측했다.

극에서 준호는 박 선장(오달수 분)의 도움을 받아 섬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그가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형사인 황준호가 박 선장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의문을 표하기도. 이에 대해 위하준은 "준호는 죽다 살아난 인물이다, 그나마 도와준 사람이 박 선장"이라며 "준호 입장에서는 박선장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을 거다, 준호 입장에서는 절대 할 수 없던 의심"이라고 설명했다.
황준호는 여러 위기를 겪고 끝내 살아남는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뭘까. 위하준은 "아이가 미래 세대에 대한 상징이라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아이가 홀로 남을 수는 없으니 준호를 죽이지 않았을까 한다"라고 했다. 친형인 프론트맨과 황준호의 서사가 많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평도 있다. 위하준은 "서사가 조금 더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긴 하다"라며 "기회가 돼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스핀오프가 나오면 좋을 듯하다, 그러면 나도 참여하고 싶다"라고 했다.
시즌 3 말미에는 할리우드 스타 케이트 블란쳇이 등장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위하준은 "나도 아예 모르고 봤는데 케이트 블란쳇이 나와 '와!'라고 했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좋아하는 배우인데 시리즈에서 보니 멋있더라"라며 "'딱지남'이 나오는 것보다 더 멋지고 인상이 강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혹시 미국판이 만들어진다면 당연히 참여하면 좋을 듯하다, 케이트 블란쳇을 만나러 가고 싶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징어 게임' 촬영 후에는 이병헌을 만나 직접 조언을 듣기도 했다고. 위하준은 "오히려 '오징어 게임'을 할 때는 대화할 시간이 없었는데, '어쩔 수가 없다' 촬영장을 방문했다가 조언을 듣게 됐다"라며 "선배님께서 '너무 쉼 없이 달리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팬들이 캐릭터를 사랑해 주는 시간도 필요하다'라고 하셔서 그 말씀이 따뜻하게 느껴졌다"라고 했다.
위하준은 "'오징어 게임'이 우리나라 예술 문화의 가치를 많이 높였다고 본다, 같이 할 수 있음에 영광"이라며 "이 작품으로 배우로서 삶이 많이 바뀌었기에 더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바뀌었냐는 질문에 위하준은 "예전에는 오디션을 보고 작품을 했는데 '오징어 게임'이 잘 된 뒤에는 많이 알아봐 주셔서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또 작품 외적으로도 많은 작업을 해볼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시즌 1 때는 불안해서 잘 즐기지 못했다, 변하지 않으려고 멘탈을 잡다 보니 그렇게 됐는데 돌아보니 짠하더라, 시즌 2가 나온 이후에는 좀 여유를 갖고 즐기려고 한다"라며 "인간으로서도, 배우로서도 많이 배웠다"라고 했다.
'오징어 게임'에 출연하면서 가족들 앞에서도 뿌듯했다고. 위하준은 "가족들이 내가 빛을 보길 바라면서 묵묵히 기다려줬는데, '오징어 게임'이 잘 되면서 보람을 줬다"라며 "가족들 자체의 삶이 바뀌었다, 나도 부모님께 더 좋은 차도 사 드리고 용돈도 드리곤 한다"라고 했다. 이어 "가족들이 초반에 주변에 자랑을 많이 했는데, 그땐 나도 못 즐길 때니까 내 얘기 많이 하지 말라고 하곤 했다"라며 "그런데 뒤늦게 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미안하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이 위하준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는 "지금까지 나의 대표작"이라며 "데뷔작은 아니지만 초심을 생각하게 해 준다, 이 작품을 하면서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다, 흔들리거나 중심을 잃을 때 나를 계속 두드릴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한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한편 '오징어 게임 3'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