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축구 역대 3·4호 국가대표인 이호재와 이태석(이상 포항)이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아버지를 넘어서는 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생애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된 스트라이커 이호재는 과거 '캐논 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이기형의 아들이고, 지난해 11월 대표팀에 뽑힌 측면 수비수 이태석은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이을용의 아들이다.
이태석이 지난해 월드컵 예선에 출전하면서 이을용-이태석이 역대 3호 부자 국가대표가 됐고,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해 이기형-이호재가 역대 4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축구 최초 부자 국가대표는 고(故) 김찬기-김석원 부자다.
고 김찬기는 1960년대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총 37번의 A매치에 출전했다. 그의 장남 김석원은 1984년부터 1985년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8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었다.
두 번째 부자 국가대표는 한국 축구가 자랑하는 차범근-차두리 부자다. 차범근 전 감독은 국가대표로 136경기에 출전해 58골을 넣으며 한국 대표팀 최다 출전,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전설이다.
한동안 그 계보가 끊겼었는데, 이번 동아시안컵에서는 두 쌍의 부자 국가대표를 배출하게 됐다.

이호재와 이태석은 아버지로부터 '국대 DNA'를 물려받은 장점은 있지만, 동시에 늘 아버지의 명성이 주는 부담감과 싸워야 했다.
뭘 하더라도 아버지와 비교되는 게 숙명인데, 이제 막 대표팀에 뽑힌 이호재는 A매치 47경기 6골을 넣은 아버지 이기형보다, 5경기를 소화한 이태석은 A매치 51경기 3골의 이을용보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둘은 아버지가 이룬 업적을 부담이 아닌, 넘어서야 할 목표로 삼아 더 큰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선수 시절 이기형·이을용과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지난 4일 훈련에 앞서 "이호재와 이태석 모두, 아버지를 향한 존중을 갖고 있겠지만 동시에 그 명성을 넘어서고 싶다는 각오가 있을 것"이라며 두 선수의 동기부여를 자극했다.
실제로 이호재는 이어진 인터뷰에서 "처음 축구선수가 됐을 때부터 아버지보다도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었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번에 처음 대표팀이 됐지만 더 노력해서 꾸준히 대표팀에 오는 선수가 되겠다. 공격수인 만큼 골로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더해 이태석은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 아버지에 이어 대를 이은 월드컵 출전도 꿈꾼다. 이을용은 2002년과 2006년 두 번의 월드컵에 출전했다. 이기형은 1998 월드컵 예선에 출전했지만 본선 무대는 밟지 못했다.
부자 월드컵 출전은 차범근-차두리가 유일하다. 이태석이 월드컵에 나서면 역대 2호 부자 월드컵 출전 기록이 또 작성된다.
이태석은 "대를 이어 월드컵에 나간다면 개인뿐 아니라 우리 가족의 큰 영광일 것"이라면서 "부자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삼고 이를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