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체감온도가 35도를 넘나드는 혹서기 환경에서 선수들이 제대로 된 보호 없이 경기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선수협은 4일 "습구흑구온도(WBGT)가 35도 이상이면 이미 응급 상황이다. 33도부터는 경고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면서 "선수의 경기력보다 생명이 먼저다. 지금은 보호 장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WBGT는 단순한 기온이 아닌 습도, 태양 복사열, 바람 등을 종합해 고온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지표다.
선수협은 "경기장이 더운 것도 문제지만 더위에 대비할 시스템이 거의 없다. 아마추어 경우 정말 심각하다"면서 "선수들이 쉬는 공간은 대부분 천막이고 냉방 장치는 선풍기뿐이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곳은 많지 않다. 지난해 8월 열린 여자 선수권대회에서도 무더위 속에 탈진 위기가 반복됐다"고 전했다.
K리그와 WK리그뿐만 아니라 초·중·고·대학 대회까지 포함해 여름철 모든 레벨에서 혹서기 경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선수협은 "프로 선수들은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도 오후 5시에 경기를 시작하는 일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인조 잔디 구장은 열을 머금어 체감온도는 40도를 넘기도 한다. 무더위 속 강행군은 곧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수협은 WBGT 기준 도입을 통한 실시간 온도 측정, 경기 시작 시간 조정(야간 경기 확대), 냉각 장비와 회복 공간의 상시 비치, 열 적응 훈련 의무화, 하프타임 연장 및 쿨링 브레이크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선수협은 국내 리그 운영 및 대회 방식 전반에 대해 관계 기관과 함께 개선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