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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 기업 루닛이 올 상반기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실패했다. 경쟁사들이 수익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과 대비된다. 서범석 루닛 대표가 공언한 2027년 흑자전환도 가능성이 요원하다는 평가다. 서 대표는 흑자전환 시점을 계속해서 뒤로 미뤄 왔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올 상반기 매출 371억원, 영업손실 419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13.5% 늘었으나 영업손실 역시 28.0% 확대됐다. 같은 기간 R&D(연구·개발) 비용이 64.5%(116억→190억원), 영업비용이 57.6%(501억→790억원) 급증한 영향 등이 적자 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루닛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 174억원, 영업손실 328억원을 거뒀다.
올 2분기 실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루닛의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179억원, 211억원이다. 기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와 비교하면 매출은 12.3% 낮고 영업손실은 35.3% 높다. 루닛의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04억원, 영업손실 156억원이었다. 루닛의 올 2분기 실적을 전년도 같은 기간과 견줬을 경우엔 매출은 46.2% 높았지만 영업손실 역시 5.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루닛은 2024년 2분기 매출 122억원, 영업손실 199억원을 거뒀다.
루닛은 의료 AI 업계 주요 회사보다 수익성 확보 속도가 늦다. 웨어러블 AI 진단 모니터링 기업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올 2분기 매출 80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거뒀다. 2024년 2분기 대비 매출이 799.5% 급증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웨어러블 AI 솔루션 수요 급증 등이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예후·예측 분야 강자인 의료 AI 기업 뷰노는 올 2분기 매출 93억원, 영업손실 1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44.8% 늘었고 영업손실은 94.6% 줄였다. 비용 효율화 및 수익성 개선 노력의 성과라는 게 뷰노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뷰노가 올해 연내 분기 흑자전환을 이룰 것으로 평가한다.
2024→2025→2027년… 미뤄진 흑자 계획, 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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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서 대표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서 대표가 흑자전환 시점을 계속해서 미뤄온 탓이다. 서 대표는 2022년에는 흑자전환 시점을 2024년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24년이 되자 흑자전환 시점을 2025년으로 다시 미뤘고 2025년에는 2027년에 흑자전환을 이루겠다고 말을 바꿨다. 한 루닛 주주는 "회사의 (성장) 모멘텀이 사라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회사에 신뢰가 안 가기 시작한다"고 했다.
서 대표가 약속한 2027년 흑자전환마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루닛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매년 ▲633억원 ▲457억원 ▲104억원 등의 적자를 거둘 전망이다. 한때 루닛이 정부의 소버린 AI(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책의 수혜를 누릴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정부 주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서 조기 탈락하면서 기대감이 줄었다.
루닛 관계자는 "적자가 늘어난 건 기존과 같이 R&D 비용 및 인건비 증가, 인수 등을 통한 외형 확대 영향"이라며 "구조적으로 사업 환경이 악화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업손실과 매출이 함께 커졌으나 영업손실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