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섭이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헤더슛을 하고 있다. 2025.7.1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이 동아시안컵에서 야심차게 실험한 스리백이 일본전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에서 일본에 0-1로 졌다. 한국은 2승1패를 기록하며 3승의 일본에 밀려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유럽파 없이 K리거와 J리거로 나선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선수들과 새로운 전술을 점검했는데, 특히 기존 포백이 아닌 스리백을 실험하는 데 공을 들였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포백을 써왔지만, 1년 뒤 열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경쟁력을 위해 스리백도 반드시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본선을 조기 확정한 뒤 치른 10차 쿠웨이트전 후반전에서 잠깐 스리백을 쓴 적은 있지만, 시작부터 스리백을 쓴 건 이번 대회가 처음이었다.


이제 막 실험을 시작한 단계였지만 초반 두 경기에선 큰 흠이 없었다. 객관적 전력에서 떨어지는 중국과 홍콩을 상대로 한국의 스리백은 연달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렇다 할 위기를 내주지 않았고, 이태석과 김문환 등 윙백을 활용한 측면 공격도 좋은 무기가 됐다.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패하며 우승을 놓친 대표팀 선수들이 아쉬워 하고 있다. 2025.7.1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하지만 비슷한 전력인 일본과 만난 최종전에선 아직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한국은 중국과의 1차전과 마찬가지로 박진섭-김주성-박승욱으로 구성된 스리백을 꺼내 들었는데, 큰 단점이 보이지 않았던 중국전과 달리 여러 차례 실수를 노출했다.

일본은 앞선 두 경기서 스리백을 들고 나온 한국을 철저하게 분석, 전방에 최소 두 명 최대 네 명의 선수가 강하게 압박하는 파훼법으로 위협했는데 이에 대한 우리 대표팀의 대처가 미흡했다.

일본의 효과적 대응에 막힌 한국은 그동안 잘했던 후방 전개가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전반 18분에는 후방 빌드업에서 세 차례 연속 실수가 나와 위기를 초래했다. 후반 23분에도 스리백의 전개가 끊겨 역습을 내줬다.

수비의 아쉬움도 있었다. 실점 장면에선 스리백이 모두 페널티 박스 안에 있었지만 저메인 료 한 명을 놓쳐 결승골을 헌납했다.

15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1대 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2025.7.1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이 밖에도 일본의 빠른 공격 상황에서 공간 분배에 어려움을 겪으며, 수비 숫자가 적지 않음에도 일본에 공격을 허용했다. 새롭게 호흡을 맞추는 선수들이 많다보니 조직력도 썩 좋지 않았다.

후반전에는 반대로 일본이 내려앉고 한국이 강한 압박을 퍼붓는 흐름이었다. 스리백은 전반전보다는 간격 조정과 빌드업이 보다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함은 있었다.

다만 이번 대회는 어디까지나 실험의 성격이 강했다. 홍명보 감독은 0-1로 뒤지고 있어도 끝까지 포백으로 되돌리지 않고 스리백을 고수, 실전에서 다양한 상황에서의 스리백 기능을 점검했다.

일본을 상대로 스리백이 힘을 쓰지 못한 건 아쉽다. 하지만 실전에서 직접 문제점을 체크하고, 변화를 꾀한 의도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점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이 아쉬움을 바탕으로 더 개선된 스리백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