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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포인트는 단순한 주가 상승이 아니라 경제 체질, 기업 경쟁력, 가치가 모두 따라줘야 하는 상징적 숫자입니다. 단순히 주식시장만 관련된 게 아니라 전체 경제·산업 정책과 연관돼 있어 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옥에서 만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시대' 공약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서 회장은 2023년 1월 제6대 금투협 회장에 올랐으며 증권사와 운용사를 두루 거친 자본시장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첫 자산운용사 CEO 출신인 그는 올해 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서유석 회장은 "일본도 아베 총리 때부터 10년 넘게 자본시장 활성화를 추진했다"며 "현재 국회에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가 설치돼 있지만 더 체계적이고 꾸준한 정책 추진을 위해선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러 정책과제를 추진해왔다. 모험자본 공급은 물론 안정적인 자산 확충을 통한 노후 대비 등 시장 변화를 대비한 것.
서 회장은 "2023년 말부터 국내 자본시장 규모를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협회 단독이 아닌 회원사들의 의견을 전부 수렴, 70개 과제로 구성된 IB 업무 혁신 스텝업 보고서를 만들었다"며 "이것이 김병환 금융위원장 취임 시기에 완성돼 제출했고, 본격적인 논의를 거쳐 지난 4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IMA·발행어음업 확대로 모험자본 공급 기반 구축
서 회장이 가장 강조한 성과 중 하나는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기능 강화다. 그간 부동산 자금 쏠림과 업계 침체로 주춤했던 모험자본 공급을 되살리기 위해 두 가지 큰 카드를 꺼내들었다.첫 번째는 IMA 업무 확대다. 그는 "8조 이상 자기자본을 보유한 증권사에 IMA를 허용하기로 했다"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현재 인가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IMA를 통해 조달되는 자금의 70%는 기업금융업무에 투입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벤처·모험자본으로 흘러간다.
두 번째는 발행어음업무 문호 개방이다. 서 회장은 "4조 이상 자기자본 증권사의 발행어음 업무를 허용하는데 2021년 이후 4년간 추가 인가가 없었던 상황에서 현재 5개 회사가 인가 신청을 냈다"고 말했다. 발행어음업 역시 조달 자금의 50% 이상을 기업금융에 사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국내 유망기업 육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 회장은 "이렇게 되면 그동안 부동산으로 쏠렸던 자금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쪽으로 물꼬를 틀 수 있다"며 "IMA와 발행어음업 사업의 확대는 바이오 기업 등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모험자본 공급 루트를 체계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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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일해도 풍요로운 노후 못 지내는 현실… 디딤펀드로 바꿔야"
서 회장은 국내 퇴직연금 개혁을 위해 추진한 '디딤펀드'가 반드시 자리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디딤펀드는 금융투자협회가 주도해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위해 출시한 자산배분형 펀드다. 주식·채권·대체자산에 분산투자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서 회장은 "이 업계에 있으면서 가장 큰 과제가 '왜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30년 열심히 일해도 풍요롭게 노후를 못 지낼까'였다"며 "미국은 30년 일하면 퇴직연금으로 평생 놀러다닐 수 있는데 우리는 지금도 일자리를 계속 찾아야 하는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초고령 사회에서 전 국민이 안정적으로 인컴이 나오는 구조가 필요한데 전 국민이 자본시장과 연결되는 구조에서 안정적 성향을 가진 70%의 국민을 위한 상품이 디딤펀드"라고 덧붙였다.
작년 9월 출시된 25개 디딤펀드의 6월 말 기준 전체 평균 수익률은 6.78%이며, 이중 상위 10개사의 평균 수익률은 9.6%로 안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서 회장은 디딤펀드가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까지 점차 판매채널이 확대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은행 퇴직연금 고객들에게 정기예금만으로는 욕구 충족이 어렵다"며 "현재 증권사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곧 몇몇 은행을 중심으로 디딤펀드가 퇴직연금의 핵심 라인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