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원리' (마름모 제)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한국 민주주의 위기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정치의 근본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 교양서가 출간됐다. 저자는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다.

1990년대 이후 자유민주주는 확산했지만,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최근 '계엄 논란'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시금 자각하게 했다. 현실 정치 참여자들조차 자유민주주의, 대의제, 공화정, 직접민주주의 사이에서 개념적 혼란을 겪는 상황은 잘못된 정치 지식과 방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희망적 사고'와 '개념 혼용'에서 벗어나, 제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비교정치적 안목을 제시한다. 책은 개념, 제도, 현실정치의 작동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제도의 설계와 현실정치의 괴리를 명쾌하게 드러낸다. 이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개념이 실제 제도 설계에 어떻게 반영되고, 어떤 정치 결과를 낳으며, 한국 정치에서는 어떻게 오작동하고 있는지 진단한다.

한국은 헌법 제1조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국가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정치가 작동하는 방식은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차이를 보인다. 저자는 20여 년간 '비교정부론'을 강의하며 축적한 통찰을 바탕으로,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 로마 공화정, 미국 헌정주의 등 역사적 연원을 살핀다. 이어서 미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일본 등 다양한 나라의 정부 형태, 정당 구조, 선거제도, 사법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비교한다. 이를 통해 우리 정치 시스템의 문제와 개선 방향을 설계하는 실질적인 참고 모델을 제시한다.

저자는 한국 대통령제가 반복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를 분석한다. 또한 책임정치 실현 방안, 국회의 다수당 지배 구조 개선을 통한 협치 가능성 등 현실 정치의 주요 쟁점을 깊이 있게 다룬다. 이를 바탕으로 의원내각제 및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에 대한 비판적 검토, 양당제 탈피를 위한 국회의원 비례대표 확대, 승자독식을 해소하는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개혁 방향들을 제시하며 '가능한 개혁'의 길을 보여준다.


이 책은 정치제도가 사람과 정치 문화를 바꾸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도록 '진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한다. 정치학 전공자에게는 물론, 오늘날의 복잡한 정치 시스템을 이해하고 실질적인 정치 개혁을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필요한 교양서다.

△정부의 원리/ 양재진 글/ 마름모/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