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25년 들어 지는 법을 잊은 '셔틀콕 여제' 안세영이 대기록에 도전한다. '타도 안세영'을 외치는 경쟁자들이 가득한 '적진' 중국에서 '슈퍼 슬램'이라는 새 역사를 꿈꾼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지난 2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일본오픈' 결승에서 랭킹 2위 왕즈이(중국)를 2-0(21-12 21-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특별한 어려움 없이, 단 42분 만에 수확한 완벽한 승리였다.
안세영은 올해 1월 말레이시아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에 이어 일본오픈까지 제패하며 벌써 시즌 6승째를 수확했다. 마땅한 적수를 찾기 힘든 행보다.
승승장구하던 안세영은 5월초 싱가포르오픈 8강에서 천위페이(중국·랭킹 5위)에게 패해 유일하게 제동이 걸렸는데, 이번 일본오픈 8강에서 만난 천위페이를 2-0으로 무릎 꿇이며 빚을 갚았다.
대항마 왕즈이를 또 한 번 제압한 것도 성과다. 6월 인도네시아오픈 결승에서도 왕즈이를 꺾은 안세영은 이번에도 완파, 2025년 맞대결 5전 전승을 거두고 있다. 역대 전적 13승4패로 압도적이다.

이제 안세영은 22일부터 중국 창저우에서 열리는 중국오픈에 참가한다. 모든 대회가 중요하지만, 이번 대회 정상은 더 욕심이 난다.
중국오픈은 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시리즈 중 하나다. BWF가 주관하는 월드투어는 슈퍼 1000(4개), 슈퍼 750(6개), 슈퍼 500(9개), 슈퍼 300(11개) 등 총 4개의 레벨로 나뉜다. 대회 레벨에 따라 다른 랭킹 포인트와 상금이 제공되는데 소위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슈퍼 1000 시리즈에 가장 많은 점수와 상금이 걸려있다.
안세영은 올 시즌 이미 3개의 슈퍼 1000 대회를 석권했다. 1월 말레이시아 오픈, 3월 전영오픈, 5월 인도네시아오픈까지 모두 차지하면서 이제 중국오픈만 정상에 오르면 '슈퍼 슬램'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따르면 BWF 월드투어는 2018년부터 시작됐고 슈퍼1000 시리즈가 4개 대회로 운영된 것은 말레이시아오픈이 승격된 2023년부터다. 이런 체제에서 '슈퍼 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없다.
남자단식의 악셀센(덴마크)이 4개의 1000 시리즈 정상(2022 전영오픈, 2023 말레이-인니-중국오픈 우승/2023 전영오픈은 3위)에 올랐으나 단일 시즌 성과는 아니다. 요컨대 안세영이 중국오픈 정상에 서면 한 시즌에 4개의 배드민턴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슈퍼 슬램'이라는 공식 용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테니스나 골프에서 메이저대회를 모두 정복하는 '그랜드슬램'과 견줄 수 있는 이정표다.
싱가포르오픈에서의 1패를 제외하고는 무패 질주 중인 안세영의 컨디션을 감안하면 기대가 크다. 물론 '배경'은 신경 쓰인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주봉 감독은 "안세영 선수가 현재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사실 세계적인 선수들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대회 때마다 중국 선수 4명(왕즈이·한위에·천위페이·가오팡제)에 일본의 야마구치까지 1대 5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들 모두 안세영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어려움을 전한 바 있다.
최근 두 대회 연속 결승에서 만난 랭킹 2위 왕즈이를 비롯해 역대 전적 13승12패(천위페이 우위) 호적수 천위페이(6위) 그리고 한위에(5위), 가오팡제(12위/이상 7월22일 현재) 등 누가 우승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강호들이다.
더욱이 최근 안세영에게 계속 지고 있는 중국 선수들이 자신들의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더욱 이를 갈고 기다릴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안세영의 기세를 보면, 외려 두려움이나 부담은 중국 선수들이 느낄 듯 싶다.
지난 6월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안세영은 7월 중국오픈, 8월 세계선수권에 대한 각오를 묻는 질문에 "참가하는 모든 대회마다 당연히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며 "올해 계속 이기는 경기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지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에게 조금은 두려운 존재가 되고 싶다"는 다부진 각오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