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 소재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전경 /사진=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쉰들러홀딩AG(이하 쉰들러)가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르자 보유 지분 일부를 처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권 분쟁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1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쉰들러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은 올해 초 9.94%에서 현재 6.42%로 줄었다. 지난 10일까지 26차례에 걸쳐 137만5752주를 장내매도했다.


쉰들러는 지난달 초부터 연속 지분 매각에 나서 올해만 1157억5993만원을 현금화했다. 평균 매도단가는 8만3175원이다. 쉰들러는 지분 변동 사유에 대해 "투자자금 회수 목적으로 주식을 매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쉰들러가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는 배경엔 주가 급등이 있다. 지난해 8월5월 3만9100원까지 떨어졌던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이날 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0일엔 장중 9만18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경신해 최근 10년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쉰들러 지분 매각은 단순히 차익 실현을 넘어 오랜 기간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던 경영권 분쟁 리스크를 해소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와 오랜 갈등을 이어온 외국계 투자자다. 2003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 중일 때 '백기사'로 등장했지만 승강기 사업 인수가 무산된 뒤부터 갈등이 깊어졌다.

2006년 KCC로부터 지분 25.5%를 확보한 쉰들러는 이후 적대적 M&A를 시도하며 경영권을 노렸다. 2010년에는 현대건설 인수 과정에서 승강기 사업 양도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

2014년에는 현대상선 관련 파생상품 계약으로 손실을 입었다며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현 회장은 약 1700억원을 회사에 배상하는 판결을 받았다. 쉰들러는 판결 직후 강제집행에 착수했지만 현 회장이 배상금을 신속히 납부하며 경영권을 방어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해 지배구조를 안정화할지 주목된다. 최대주주는 현대홀딩스컴퍼니(지분율 19.26%)이며 현대엘리베이터는 자사주 298만여주(7.64%)도 보유 중이다. 특수관계인으로는 현대네트워크, 임당장학문화재단 등이 포함된다. 2대주주는 9.2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3년 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고 자사주 매입도 적극 검토하겠다고했다. 이에 2022년 199억원이던 배당금은 2023년 1444억원, 2024년에는 1986억원으로 늘었다.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이 확보되면서 지분 매입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사옥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해당 자산의 장부가는 1300억원대에 달한다. 회사 측은 이 일회성 자산 매각 이익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일부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현금배당과 자기주식 활용을 비교·검토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