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한국 영화 기대작들이 하반기 유력 해외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저력을 드러냈다. 올 상반기 세계 최고 영화제인 칸 영화제에서 한국 장편 영화 초청작이 전무해 아쉬움을 줬던 상황 속에 들려온 낭보는 시장 위축으로 움츠러든 영화계를 고무시키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지난 22일 오후(한국 시각, 현지 시각 22일 오전)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베네치아82'의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배우 이병헌과 손예진이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 만에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작품이다. '피에타'는 그 해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은 2004년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쓰리, 몬스터', 2005년 경쟁 부문에 초청된 '친절한 금자씨' 이후 약 20년 만에 베니스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친절한 금자씨'는 당시 젊은 사자상, 미래영화상, 가장 혁신적인 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은 널리 알려진 '칸의 총아'다. 영화감독으로서 그의 명성은 2004년 57회 칸 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시작됐다. 이후에도 그는 영화 '아가씨'로 제69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가 하면,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그 때문에 올해도 그의 신작인 '어쩔수가없다'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칸 영화제 출품 기간까지도 후반 작업이 끝나지 않아 아쉬움을 줬다.

칸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인정받고 있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친절한 금자씨'에 이어 13년 만에 가게 된 박찬욱 감독이 수상의 쾌거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 감독에 앞서 제5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는 세 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을 받아 화제가 됐다. 연상호 감독의 '얼굴',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 이환 감독의 '프로젝트 Y'가 나란히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받은 것. 토론토 국제영화제는 칸과 베니스, 베를린과 더불어 세계 4대 영화제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얼굴'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연상호 감독이 쓰고 그린 만화를 실사 영화화한 작품이다.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등이 출연했다. 연 감독은 전작인 '사이비'와 '지옥'에 이어 세 번째로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받았다.
이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제70회 칸 영화제, '길복순'으로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바 있는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는 1970년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그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설경구와 홍경, 류승범이 주연을 맡은 작품. 변성현 감독은 이로써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주목받는 데 성공했다.
'프로젝트 Y'는 서울 강남을 배경으로 80억 금괴를 탈취하고 마지막으로 이 판을 뜨려는 동갑내기 두 친구의 욕망을 그린 누아르 영화. 한소희와 전종서가 주연을 맡았다. 독립 영화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로 주목받은 이환 감독은 '똥파리' '암살' '밀정' 등에 출연한 배우 출신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 상업 영화 연출로 데뷔했다.
연상호 감독과 변성현 감독, 이환 감독은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등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1세대 감독들의 뒤를 잇는 2세대 감독들이다. 국제영화제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이들이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며 한국 영화 시장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감을 준다.
한편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8월 27일, 제5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는 9월 4일 각각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