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두산 베어스 베테랑 투수 고효준(42)이 불혹이 넘은 나이에 프로야구 역대 최고령 승리 2위의 주인공이 됐다.
고효준은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 6-6으로 맞선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구원 등판해 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LG 문성주를 상대한 고효준은 직구만 5개를 던져 2루수 땅볼로 처리,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이후 두산이 7회말 공격에서 1점을 뽑아 균형을 깼고, 8회말 2점을 추가하며 9-6으로 이겼다.
고효준은 행운의 구원승을 따냈다.
이날 42세 5개월 19일의 나이에 승리를 따낸 고효준은 송진우(43세 1개월 23일)에 이어 KBO리그 최고령 승리 2위에 이름을 새겼다.
아울러 구단 레전드 박철순(40세 5개월 23일)이 보유한 두산 최고령 승리 기록도 새로 썼다.
경기 후 만난 고효준은 "(등판 후) 승리를 염두에 뒀고, 기대할 수 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했다"며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뿌듯해했다.

지난해 SSG 랜더스에서 방출된 후 테스트를 거쳐 두산 유니폼을 입은 고효준이 시즌 첫승을 따내기까지는 30경기가 걸렸다.
고효준은 "어렵게 팀에 들어와 어려운 상황에 많이 나가다 보니 쉽지 않았다. 지나간 순간들을 마음에 새기면서 승리를 따내니까 더 뜻깊다"고 말했다.
박철순의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운 것에 대해서는 "정말 영광이다. 스스로 채찍질할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는 송진우 선배를 목표로 달려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근 메이저리그(MLB)에서는 리치 힐(캔자스시티 로열스)이 45세의 나이에 선발 등판해 2012년 49세의 제이미 모이어에 이어 MLB 최고령 선발 등판 2위를 차지했다.
이를 알고 있다는 고효준은 "당연히 나도 그때까지 던지고 싶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은퇴를 생각할 시점이 한참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현역을 희망하고 있는 고효준의 원동력은 '가족'이다.

그는 "가족이 있기에 내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면서 "내가 정말 못 던질 것 같으면 은퇴를 생각했을 텐데,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가족들도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고효준은 자신과 같은 40대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당장 KBO리그에도 최형우(42·KIA 타이거즈), 노경은(41·SSG) 등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고효준은 "마운드에 올라가면 속으로 '나도 할 수 있다'고 되뇐다. 같은 40대들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 꿋꿋이 버텨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