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서성경 /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제가 보이세요? 히히히히히."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는 웃음소리 하나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매력적인 귀신이 있다. 바로 '심곡파출소' 코너에 출연하고 있는 처녀귀신 캐릭터다. 소복을 입고 등장해 그저 "제가 보이세요?"라고 물은 뒤, 엉뚱하게 웃어대는 단순한 캐릭터이지만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그 웃음에 사로잡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코미디언 서성경(28)이다. 지난 2월 말 선발된 KBS 공채 34기 코미디언으로, '개콘' 무대에 오른 지 아직 4개월밖에 되지 않은 막내 중 하나다. 하지만 서성경은 빠르게 자신의 캐릭터를 잡으면서 활약을 펼쳤고, 그가 출연한 '심곡파출소'의 숏츠 중 하나는 벌써 유튜브에서 1277만회(7월 30일 기준)의 조회수를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개콘'에서는 막내지만, 실제로 서성경은 지난 2022년 tvN '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에서 한 번 데뷔한 이력이 있는 중고 신인이다. 하지만 '코빅' 합류 후 1년 만에 '코빅'이 사라졌고, 무대에 설 기회를 잃게 됐다. 그럼에도 서성경은 포기하지 않고 코미디에 대한 열정도 놓지 않았고, 덕분에 다시 '개콘' 무대에 올라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전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코미디언을 만나다】를 통해 공채 34기 코미디언들과 함께 뉴스1을 만났던 서성경은 당시 "사람들이 기억할 유행어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제는 귀신 캐릭터로 확실하게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서성경을 다시 만나 귀신 캐릭터의 비하인드를 자세히 들어봤다.


코미디언 서성경 /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N인터뷰】 ①에 이어>

-'코빅'에서 처음으로 소극장 출신이 아닌 공개 모집으로 뽑은 코미디언이었는데, 어떻게 데뷔까지 이르게 된 건가.

▶'코빅'은 저한테는 정말 운명과도 같았다. 제가 대학교 휴학을 하고 민속촌 아르바이트도 하고 리포터, 쇼호스트, 영상 매체 광고 등을 많이 했었다. 그러던 때 한 어린이 방송 PD님 중에 한 분이 저한테 '네가 지금은 어려서 이렇게 방송 활동을 하는데 나이 먹고도 뭐 할지 정해야 한다'라고 얘기하셨다. 저도 그때 곰곰이 진로를 생각했고, 대학 때 코미디를 전공했으니 진짜 코미디언이 되어서 다시 한 번 나를 정의해보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윤형빈소극장에 2021년 겨울에 들어갔는데, 학교의 휴학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두 달 밖에 있지 못하고 나오게 됐다.

-그 이후로는 그러면 어떻게 지냈던 건가.

▶이후에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고 지내다, 민속촌 아르바이트를 같이했던 한 오빠가 '코빅'에서 일반인 오디션을 연다고 링크를 보내줬는데 그걸 보고 '코빅'에 지원하게 됐다. 1차에서 서류 합격을 하고, 2차 때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제작진분들이 제가 짜온 개그 아이디어가 너무 좋다고 칭찬하시면서 합격하게 됐다. 그때 제작진분들이 '우리는 성경 씨 너무 뽑고 싶은데, 우리가 뽑았을 때 1년만 하고 나가는 거 아니에요? 우리랑 10년은 해야 돼'라고 하시기도 했다.(웃음)

-하지만 그렇게 10년을 할 줄 알았던 '코빅'이 1년 만에 없어지지 않았나.

▶그래서 진짜 없어질 때 펑펑 울었다. '코빅'에 적응할 때도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하면 나의 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까'라고 엄매번 쿼터가 끝날 때마다 고민도 많이 했고, 그러면서 '코빅'이라는 공간을 점점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때 없어진 거였다.

코미디언 서성경 /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코빅'이 없어진 후 KBS 공채로 붙기 전 또 1년의 공백기를 보내게 된 건데.

▶사실 '코빅'이 없어졌을 때는 좀 쉬다가 다시 시작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예술인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코빅' 전에도 일했던 리포터 쪽으로 일을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모든 일이 끊기게 됐다. 그래서 '어떡하지?' 하던 찰나에 'SNL' 시즌5에서 비공개 오디션을 보게 됐고, 또 거기서 최종까지 올라갔었다. 그런데 거기서 결국 떨어지게 되고, 혼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 불합격 통보 다음날에 눈은 팅팅 부어 있었고, 뭐라도 해보자는 심경으로 숏폼 영상을 찍었는데 그게 또 600만 뷰가 터졌다. 그렇게 숏폼 영상을 찍으면서 지내다 '전국노래자랑'에 나가기도 했다.(웃음)

-KBS 공채 코미디언이 되고 5개월이 지났는데, 자리를 잡은 느낌이 크나.

▶저는 아직도 더 열심히 해야곘다는 전전긍긍의 느낌이 크다. 아직 4계절도 안 보내지 않았나. 이제 막 두 계절을 보내고 있으니까 아직도 약간 좀 어색하기도 하고, 좀 떨리는 것 같다. 근데 아무래도 동기가 14명이라 학교 같은 느낌도 있다. 매번 신선한 느낌도 있지만, 익숙한 느낌은 없다. 매번 올 때마다 새롭게 재충전하는 느낌이다.(웃음)

-최근 '개콘'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 보니, 코미디계도 활력을 찾은 느낌이 크지 않나.

▶'코빅' 관객석보다 '개콘'이 조금 더 많다. '코빅' 때도 관객석이 꽉 찼었지만, 지금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개콘' 밖에 없지 않나. 매주 이 관객수를 꽉 채울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매주 사람들이 많이 오시더라. '개콘'을 유튜브로도 많이 보시기는 하는데 사실 현장에 오는 건 또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셨으면 좋겠고, 코미디가 계속 살아났으면 좋겠다. '개콘'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은 계속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2025년이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지금 귀신 캐릭터도 많이 사랑받고 있는데, 이 귀신 캐릭터만큼은 아니더라도 아예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렇게 저를 보는 사람들한테 '얘가 귀신만 아니라 다양하게 잘하는 친구구나'라는 생각을 심어드리고 싶은 게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