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천·서울=뉴스1) 손도언 안영준 기자 = "자기 자신을 넘는 순간이 정상"이라며 도전 정신을 강조했던 세계적인 산악인 허영호 대장이 영면했다.
고(故) 허영호 대장의 아들 허재석 씨(41)는 30일 뉴스1과 통화에서 "지난해 10월 담도암 판정을 받고 약 10개월간 투병해 온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며 "제천시 봉양읍에 있는 선영으로 모실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년 71세.
허영호 대장은 세계 최초로 7대륙 최고봉 등정과 3극점(북극·남극·에베레스트)에 모두 도달한 우리나라 대표 산악인이자 탐험가다.
히말라야 마칼루(8481m) 등정을 시작으로 마나슬루(8156m), 로체(8516m) 단독 등정, 에베레스트(8848m) 6회 등정 등 빛나는 업적을 쌓았고 북미 매킨리(6194m),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유럽 엘브루스(5642m), 남미 아콩카과(6960m), 오세아니아 칼스텐츠(4884m), 남극 빈슨 매시프(5140m) 등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올랐다.
또 지구의 양 극점인 북극(90°N), 남극(90°S) 그리고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모두 탐험하며 극한의 도전으로 불리는 '어드벤처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는 세계적 기록도 세웠다.
이런 탐험과 도전의 성과를 인정 받은 허영호 대장은 기린장(1982년), 거상장(1988년), 맹호장(1991년), 청룡장(1996년) 등 대한민국 체육훈장을 연이어 수훈했다.

'도전의 아이콘'이었던 허영호 대장의 인생은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그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다섯 번이나 오르고도 멈추지 않고 다음 도전에 임했고, 2017년 5월 21일 개인 통산 여섯 번째 등정에 성공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무려 63세로, 국내 산악인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도 새로 썼다.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하룻밤을 보내겠다는 '무모한 도전'도 실행에 옮겼다.
그는 오르기도 어려운 에베레스트 정상에 기어이 텐트를 설치했다. 비록 맥박이 130까지 올라 하루를 보내지는 못했지만, 정상에서 4시간이나 머물다 하산했다.
이 밖에 눈밭 1800㎞를 걸어 북극점에 도달한 여정, 티베트에서 무산소 등반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은 뒤 네팔 쪽으로 내려오는 횡단 등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고 또 성공시켰다.

산악인으로 이룰 것을 다 이룬 그는 '비행기 모험가'라는 어릴 적 또 다른 꿈을 위해 뒤늦게 초경량 항공기 조종면허증도 땄다.
2007년 해상 불시착하는 등 아찔한 위험도 겪었지만 2011년 국토를 한 바퀴 도는 1800㎞ 단독 비행에 성공했다.
고인은 마지막까지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지인들에게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순간이 정상"이라고 강조하며 세계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산(80세) 기록을 넘고 싶다고 밝혔고, 산악인으로 밟았던 7대륙 3극점을 경비행기로 다시 찾는 또 다른 목표까지 세웠다.
하지만 병마가 그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마지막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고인의 여정은 이제 별이 되어 또 다른 세상에서 펼쳐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