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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장기 불황에 처한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 방안을 마련키로 한 가운데 직무대행 체제인 산업은행 회장과 수출입은행장 인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석유화학 기업의 설비 통합 관련 금융·세제 인센티브, 구조조정 계획 등을 이끄는 채권단 국책은행의 수장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출범 첫 산업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오는 20일 열고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안을 논의한다. 회의는 주무부처 수장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계부처가 참석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석유화학 업종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 출자 전환, 신규 자금 투입 등 금융 지원에 나선다. 석유화학 기업에 구조조정을 이끄는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DL그룹의 긴급 자금 수혈로 일단 부도 위기를 면한 여천NCC의 익스포저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9242억원, 산업은행(4255억원)과 수출입은행(700억원)의 익스포저를 합하면 약 1조420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은 "주주사의 자금지원으로 당장 대손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여천NCC의 단기차입금(9278억원) 대비 현금성 자산(777억원)의 불균형은 여전히 뚜렷한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천NCC 최대주주인 DL그룹은 정부와 금융권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산업은행이 외화 보증 재개에 나서면 유동성 위기를 피하고 연말까지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심은 여천NCC 등 석유화학 기업의 구조조정을 이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수장 인선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6월 강석훈 회장이 임기를 마친 뒤 김복규 전무이사가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입은행도 지난달 25일 윤희성 은행장이 퇴임한 후 안종혁 전무이사가 대행 자리를 맡고 있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 수출입은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산업은행은 회장 인사에 대부분 '코드 인사' 논란을 빚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산은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을 맡은 강만수 전 회장은 대통령과 친분으로 당시 금융권 '4대 천황'으로 불린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수장을 맡은 홍기택 전 회장은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대통령 경제교사'라고 불린 이동걸 전 회장이 수장에 올랐고 윤석열 정권이 임명한 강석훈 전 회장은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무실장과 정책특보를 맡았다.
수출입은행도 1976년 설립 이래 윤희성 행장을 제외하고 기재부 관료 등 외부 인사가 은행장을 맡았다. 3대 이태호 행장이 전무이사에서 승진한 사례가 있으나 한국은행에서 외국부 차장과 상역국장을 지낸 한은 출신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두 국책은행 수장 인사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과 관련 금융권 협의체가 꾸려지면 채권단이 세부 지원 방안 등을 내놓을 것"이라며 "주채권은행을 중심으로 채권단이 신규 자금 투입, 출자전환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정부가 국책은행 수장 선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