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9월 A매치 국가대표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25.8.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9월 미국에서 열리는 두 차례 평가전에 나설 2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월드컵 모드' 돌입 후 치르는 첫 번째 평가전이라 면면에 관심이 집중됐는데, 새 얼굴은 없었다. 최초 발탁자는 한국계 독일 국적의 옌스 카스트로프뿐이고 다른 자리는 최소 1번씩은 실전에 투입했던 선수들로 채웠다.

1년여 월드컵 예선을 치르면서 체크할 대상은 모두 불러 확인한 홍명보호가 이제 '다음 단계'에 돌입한 모양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진짜 내부 경쟁의 시작이다.


홍명보 감독이 25일 오후 2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 미국 원정 2연전에 나설 26명을 발표했다. 대표팀은 9월 7일 오전 6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저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대결하고 10일 오전 10시 미국 테네시 지오디스 파크에서 멕시코와 경기한다.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컸던 명단이다. 지금까지는 '월드컵으로 가는 길'에 도움 될 선수와 전술이 우선이었다면 앞으로는 '월드컵에서의 경쟁력'에 방점이 찍히는 까닭이다. 내년 여름까지 제한된 평가전 일정 속 본선 경쟁력을 높여야 하기에 깜짝 발탁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따랐는데, 예상대로 '구면' 일색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비롯해 이강인, 김민재, 이재성, 황인범, 설영우, 조현우 등 기존의 주축들을 고스란히 불러들였다. 여기에 김주성, 이태석, 이한범, 김진규, 박진섭, 이동경, 배준호, 오현규 등 월드컵 예선과 동아시안컵을 거치면서 눈도장을 받은 인물들이 승선했다.


부상을 털고 돌아온 베테랑 수문장 김승규와 2021년 6월 이후 대표팀에 합류한 정상빈 등 오랜만에 대표팀에 재소집 된 선수들도 있으나 그들도 이미 소기의 테스트를 통과한 인물이다. '최초 발탁자' 옌스 카스트로프는 특별한 케이스다.

처음으로 홍명보호에 승선한 독일계 한국인 카스트로프. 그는 뉴페이스이지만 코칭스태프의 계획에 포함된 인물이다. (카스트로프 SNS)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카스트로프는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소속 유망주다.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 이미 독일 U16·18·20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된 자원인데, A대표팀은 '한국'을 택했다.

홍 감독은 "카스트로프는 아직 젊은 선수지만 이미 분데스리가 경험이 많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한국 대표팀 합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 책임감과 자세를 높게 평가했다"면서 "그의 축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장점이 우리 대표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한국 축구 풍토에 아직 익숙지 않은 '혼혈' 선수를 월드컵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발탁했다는 것은 이미 염두에 두고 꾸준히 지켜봤다는 방증이다. 대표팀 취약 포지션으로 꼽히는 3선 중앙 미드필더로 뛸 수 있고 해당 자리 기존 자원들과 다른 '파이터형'이라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카스트로프는 의외의 발탁이면서 예고된 선택이었다.

홍 감독은 "최종예선을 거치며 월드컵 진출에 힘을 보탠 선수 일부가 안 뽑힌 경우가 있지만 그들은 이미 확인된 이들이라 언제든 부를 수 있다"면서 "이번에는 미국 원정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선수들을 선발했다"고 소개했다. 소속팀에서 출전에 어려움을 겪는 황희찬 대신 유형이 비슷하고 미국 MLS에서 뛰는 정상빈을 발탁한 것이 그런 예다.

본선 진출은 확정됐으나 2026 월드컵 멤버가 되기 위한 선수들의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 News1 이승배 기자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본선 진출을 우선 목표로 뒀으나 이제부터는 본선을 대비하는 단계다. (본선에서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을지) 검증 단계"라면서 "홈 이점을 안고 있는 강호 미국과 멕시코전은 우리 선수들의 피지컬적인 측면과 스피드를 체크할 수 있는 기회다. 동아시안컵에 사용한 스리백 전술도 유럽파들에게 적용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다음 단계'로 진입한 홍명보호다. 이젠 '연속성'이 중요한 시간으로 넘어가고 있다. 미국 원정 후 10월, 11월 평가전 때도 큰 틀은 유지한 채 소수 멤버들이 변하는 그림이 유력하다. 앞으로는 면면이 크게 바뀌어도 곤란하다.

한국 축구는 11회 연속 본선행을 확정했다. 하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 멤버가 되기 위한 선수들의 경쟁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 A대표팀 9월 소집 선수 명단(26명)

△골키퍼= 조현우(울산), 김승규(FC도쿄·일본) 송범근(전북)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독일), 변준수(광주), 이한범(미트윌란·덴마크),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일본), 이명재, 김문환(이상 대전),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 설영우(즈베즈다)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UAE), 백승호(버밍엄·잉글랜드), 박진섭, 김진규(이상 전북),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독일), 황인범(페예노르트·네덜란드) 이재성(마인츠·독일), 배준호(스토크·잉글랜드), 정상빈(세인트루이스시티·미국), 이동경(김천), 이강인(PSG·프랑스)

△공격수= 손흥민(LA·미국), 오세훈(마치다젤비아·일본), 오현규(헹크·벨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