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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전임 정권의 '알박기 인사 청산'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대표적인 알박기 인사로 지목됐던 유종필 창업진흥원 원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정계 입문 이후 줄곧 민주당에서 활동했던 유 원장은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이후 '친윤' 행보를 이어왔다.
공공기관 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유 원장의 임기는 2028년 2월27일 만료된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인 지난 2월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임명됐다.
창업진흥원장 임명 전까지 주로 정치권에서 경력을 쌓아 온 유 원장은 벤처나 스타트업, 창업 관련 경험이 없다. 1957년생인 유 원장은 기자 출신으로 1995년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1998년 당시 김대중 정부의 대통령실 비서관을 맡았고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의 공보특보 역할을 했다. 이후 4년간 민주당 대변인을 지내다 2008년 국회도서관 관장을 역임한 후 관악구청장에 당선돼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재직했다.
정계 입문 이후 26년간 민주당에 적을 뒀던 유 원장은 지난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며 '친윤'으로 돌아섰다. 대선 당시 선거캠프 특별고문직으로 활동한 이후 2022년 12월 국민의힘 서울 관악갑 당협위원장직을 맡았고 지난해 총선에서 단수공천으로 서울 관악갑 지역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뒀던 지난해 12월에는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들의 '탄핵 반대'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유 원장은 창업진흥원 원장 임명 때부터 '낙하산' '알박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수장 공백에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정부가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 혼란한 정치 상황을 틈타 창업·벤처업계 경험이 전무한 친윤 인사에게 기관장 자리를 내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창업진흥원은 유 원장 선임 전까지 1년가량 원장 자리가 비어 있었다.
유 원장은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알박기 인선을 비판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거론됐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3월 원내대책회의에서 "자격도 전문성도 검증이 안 된 깜깜이 인사들이 대통령실에 있었다거나 국민의힘 명함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장에 임명되고 있다"며 유 원장을 예로 들었다.
비슷한 시기 오세희 민주당 의원도 "올들어 갑자기 친윤 인사들을 공공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리고 있다"며 "창업진흥원, 한국벤처투자, 공영홈쇼핑 등 도 넘은 알박기 인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현재 윤석열 정권에서 임명된 이른바 '알박기 인사'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열린 워크숍에서 "정부조직법, 공공기관 알박기 근절법 등으로 이재명 정부의 완전한 출범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과 일치시키는 것으로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했을 경우 평가 등을 통해 공공기관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유 원장이 보여온 정치적 행보는 남은 임기 동안 이재명 정부와 발맞춰 기관을 운영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적을 바꾸며 자신의 정치적 수명을 연장해 온 그가 정권 교체로 인해 좁아진 입지를 극복하고 임기를 완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해 창업진흥원 관계자는 "(창업진흥원은)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이라며 "중기부의 사업 계획에 따라 사업을 운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