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들과 만나 소비자 보호 문화를 내재화 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모습./사진=뉴시스

이달 1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보험업계의 최대 과제로 꼽으며 피해가 발생하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IFRS17 시행 후 과도한 판매 경쟁과 상품쏠림 심화가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며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또 이 원장은 보험사들이 사회적 책임도 이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이 원장은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센터에서 16개 보험사 CEO와 간담회를 열어 보험업계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14일 취임한 이 원장이 업계 수장들과 만난 건 은행장(8월28일)과 간담회 이후 두 번째다.

이날 이 원장은 보험산업이 건전한 성장을 지속하고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거듭나야 한다고 보험사 CEO들을 압박했다.


그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되지 않도록 판매수수료에 대한 엄격한 통제장치를 갖추고 판매위탁 관리체계를 내실화해야 한다"며 "방송매체 등을 통해 쏟아지는 보험광고가 불안 심리를 자극해 보험가입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아 과도한 광고, 이에 따른 사업비가 소비자에 전가되지 않도록 사전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은 불건전 영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부실한 내부통제 등 보험시장에 만연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가용 가능한 감독, 검사 자원을 집중하고 행위자뿐만 아니라 경영진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판매수수료 개편, 제3자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 도입 등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개선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문화를 내재화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최고 경영진부터 소비자의 관점을 우선시하는 조직문화를 내재화해야 할 것"이라며 "잘못된 보험상품 설계는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고 의료체계도 왜곡할 수 있으므로 상품설계 및 심사 단계부터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비자에게 보장내용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충분히 설명해 보험금 지급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며 " 금융감독원도 현장점검 등을 통해 관련 내부통제가 책무구조도에 반영해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철저히 살펴볼 예정이며 상품 개발 관련 내부통제가 이행되지 않는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 "리스크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이 원장은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관리도 강조했다.

그는 "보험산업의 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한 상태이지만 금리 하락 등으로 인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으므로 자체 재무영향 분석, 적극적인 자산 및 부채 종합관리(ALM) 등을 통해 리스크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감독원도 할인율 현실화 속도를 조절하되 '듀레이션 갭' 기준 마련 등 금리리스크 관리 기조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현재 도입 추진 중인 '기본자본 K-ICS 비율 규제'도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는 등 연착륙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보험업계가 장기자금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국내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바와 같이 앞으로도 첨단산업, SOC 등 생산적 금융에 대한 자금 공급과 ESG 연계 투자를 확대해달라"며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포용적 금융에 대한 보험업계의 관심이 필요 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 가입이나 보험금 지급시 직업, 소득, 장애 여부 등을 이유로 부당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살펴봐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보험사 CEO들은 그동안 금융당국이 소비자 신뢰 회복, 규제 합리화 등에 노력해 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또한 보험업계가 과도한 판매 경쟁이나 단기 이익에만 몰두해 생긴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며 앞으로 소비자의 관점을 우선시하는 조직문화가 내재될 수 있도록 최고 경영진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참석자는 "판매수수료 개편,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2단계 시행 등을 차질없이 추진해 줄 것을 건의하고 소상공인, 취약계층 등에 대한 상품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