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라면축제' 기간(11월 7~9일), 행사장 입구를 농심라면 홍보물이 장악하며 축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사진=머니S 박영우 기자


구미시가 해마다 대규모 지역축제를 개최하고 있지만 행사지역만 반짝 매출이 오를 뿐 행사장에서 떨어진 골목상권은 오히려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구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5일 2026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갈수록 늘어나는 행사와 축제 예산에 대해 강한 문제를 제기했다. 소진혁 의원은 "시민들은 먹고살기조차 버거운 상황인데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행사와 축제는 해마다 늘고 있다"며 "유사한 행사를 통합하거나 과감히 줄일 계획은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또 소 의원은 "수천만원을 들여 설치한 무대가 일회성으로 전락하면서 방만한 예산 집행의 상징이 되고 있다"며 "이런 구조적 예산 낭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과장은 "내년부터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구미시는 최근 3년간 △구미푸드페스티벌(송정맛길) △구미라면축제 △구미 달달한 낭만야시장 등 먹거리·문화 축제를 가을철에 집중 개최해 왔다. 그러나 축제가 열리는 특정 시장과 거리로만 인파와 소비가 쏠리면서 인근 골목상권은 오히려 손님이 급감하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주장이다. 일부 상인들은 "두 집 건너 한 집이 빈 상가다. 차라리 축제를 줄여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구미푸드페스티벌’이 열린 10월18일에도 축제장과 떨어진 구미역 일원 골목상권은 시민들의 발길이 끊기며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사진=머니S 박영우 기자


구미시 원평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축제 기간에는 축제 장소에만 사람들로 북적인다. 정작 축제장과 떨어진 골목상권은 손님이 더 줄어든다"며 "축제가 끝나면 평소보다 매출이 더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 B씨도 "축제장 주변 노점이나 임시부스만 돈을 벌고 기존 상인들은 오히려 피해를 본다"며 "이럴 바엔 차라리 축제를 안 여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로 3회를 맞은 '구미라면축제'에는 무려 8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판매 품목은 지역색과는 거리가 먼 '농심 라면' 단 한 브랜드에 사실상 한정돼 있어 '구미라면축제'라는 명칭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제에 참여한 관광객들 역시 축제장 일부에 마련된 라면 판매 부스에서 라면만 구매한 뒤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지역 관광상품과의 연계성이 부족해 경제 활성화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라면을 판매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 업체 제품만 판매하는 축제를 '구미라면축제'라기보다는 차라리 '농심라면축제'라는 이름이 더 맞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영길 예결특위 위원장도 "9대 의회가 시작된 3년 전부터 행사와 축제를 줄이라고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지만 오히려 더 늘어났다"며 "내년에 분석하고 내후년부터 축소하겠다는 답변은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직격했다.

지역 경제는 식어가는데 축제만 늘어나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실질적인 민생 회복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혈세가 투입되는 행사 중심 행정에서 벗어나 골목상권과 시민 삶을 살리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