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한한령 해제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있다. K팝 가수들이 중국 본토에서 팬들을 만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무대'는 금지되는 등 여전한 빗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올해 12월31일까지 한국 국민들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한한령 해제'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말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한한령 해제 필요성에 관해 간접 언급, 이러한 기대감은 업계를 들뜨게 했다.
이는 곧장 주가에도 반영됐다. 가요를 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는 물론이고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았고, 20% 이상 주가가 급등한 곳도 있었다.
대기업인 하이브도 올해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며 한한령 해제 분위기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한한령이 해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속 가수들의 중국 활동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조심스러운 설명을 덧붙였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 속에 K팝 가수들의 중국 본토 공연이나 행사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NCT 드림은 지난달 중국 광저우에 팝업을 열었으며 현장에 깜짝 등장해 팬들을 만났다. 강다니엘 역시 지난달 중국 항저우, 청구에서 팬 미팅을 열고 팬들과 다양한 게임 이벤트와 토크쇼 타임을 가졌다. 샤이니 태민도 지난달 중국 항저우에서 팬 미팅을 열고 다양한 토크와 게임, 이벤트를 펼쳤다.
그러나 이들이 중국 본토에서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무대'다. 가요 관계자들은 "K팝 가수들이 중국에서 노래를 직접 부르는 것은 허가가 되지 않아 할 수 없다"라며 "현지에서도 이런 부분은 굉장히 엄격하게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그룹 유니스는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현지 팬들을 만나 소중한 시간을 보냈지만, 무대를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유니스는 "아쉽게도 이번엔 무대를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저희의 음악으로 가득한 공연으로 다시 찾아뵙고 싶다"라며 중국 팬들과 음악적 소통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올 초, 이르면 5월께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지만, 중국은 여전히 K 콘텐츠에 대한 빗장을 완전히 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펙스, 케플러, 키드밀리 등이 중국 본토에서 공연을 열 계획이 화제가 되자, 중국에서 돌연 이들의 콘서트를 취소했다.
지난달 케플러 팬 콘서트를 주최한 기획사는 공연이 취소된 것과 관련해 "사회에 비교적 큰 영향을 초래했고 불가항력적 요인으로 인해 관련 행사가 연기됐다"고 공지했다. 특히 케플러의 팬 콘서트는 기존 K팝 가수들이 무대 없이 팬 이벤트만 진행하던 것과 달리 15여 곡의 무대를 한다는 점에서 한한령 해제에 의미가 있는 무대였다.
한한령 해제의 문턱에서 '한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6일 중국을 방문한 박병석 대통령 특사단장은 베이징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베이징 특파원들을 만나 "중국 측에서는 '유익한 분야'에 있어 교류를 확대할 의향이 있다는 반응을 내놓으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내 업계에서는 계속해서 한한령 해제 상황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중국 지사 설립은 물론이고 직접 노래를 하지 않는 쇼케이스, 팬 미팅, 브랜드 행사 참여 등 중국 본토 공식 석상에 K팝 가수들을 꾸준히 노출하며 현지 팬들과 호흡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중국의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럭키어는 최근 SBS 보이그룹 서바이벌 '비 마이 보이즈'를 통해 탄생한 유어즈에 3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들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박권영 대표는 한한령 해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자본을 투자받은 것에 대해 "중국 한한령 관련해서는 우리가 인위적으로 할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팬 미팅과 다채로운 프로모션, 연기 활동, 모델 활동 등도 염두에 둬서 발판을 마련해 둘 것"이라고 밝혔다. 유어즈에 투자한 중국 럭키도어의 소경홍 대표는 중국 내 K팝 분위기를 묻는 말에 "중국 내에서 K팝 위상은 대단하다, 팝이라는 키워드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중국도 주목하고 있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