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공군기지에 도착해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이용한 해외 순방 전용기에 '참이슬 후레쉬' 페트병 10병이 실렸던 사실이 전해졌다.

6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통령경호처 소속 경비안전본부 통합보안센터에서 받은 '용산 이전 2주기 계기 특별 보안관리 실태 점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공군 1호기 탑재 물품 목록에 '참이슬 후레쉬(PET) 10병'이 포함됐다. 공군 1호기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 시 이용하는 전용기다.


통상 전용기 전용실은 대통령 부부가 사용할 생활용품이 실린다. 세면도구(칫솔·치약·비누)와 소모품(손톱깎이·건전지·지퍼백), 문구류(샤프·볼펜·연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경호처가 '기타' 항목에 참이슬 후레쉬를 기재했다고 적혔다.

아울러 사탕을 담는 그릇인 아크릴·유리 재질의 '사탕볼'도 각각 1개씩 포함됐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은수저 세트'와 이를 관리하기 위한 '은 세정제'도 목록에 올랐다.

특히 '참이슬 후레쉬' 항목 옆에는 다른 물품과 달리 '운영관 요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운영관은 대통령 부부의 식사를 총괄하는 직책으로, 대통령실 살림살이를 도맡는 총무비서관실 소속이다. 결국 대통령이 마실 용도로 운영관이 요청해 전용기에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참이슬 후레쉬는 하이트진로의 대표 술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평소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3월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열린 부부 동반 만찬에서 윤 전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융합과 화합을 위해 한국 소주를 함께 마셔보자"며 에비스 생맥주에 진로 참이슬을 섞어 '소맥'을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두 정상이 한일 우호의 상징으로 '러브샷'을 한 장면도 포착됐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3월20일 이전까지 공군 1호기를 타고 해외 순방을 네차례 이상 다녔다. 2022년 6월 취임 직후 첫 순방으로 스페인 마드리드를 찾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동남아 순방에 나서 한 ·아세안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 G20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했다. 이후 2023년 1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방문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영국을 국빈 방문했다.

윤 의원은 "국민과 국가를 대표해 공적 업무로 해외 순방을 나가는 대통령이 전용기에 자신을 위해 저렇게 주류를 잔뜩 싣고 나갔다는 황당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경험해 본 적도 없다"며 "해외 순방을 다녀보면 1분 1초가 아쉽고 모자란 데, 순방 때마다 저렇게 행동했다는 것을 보면 대통령직에 대한 무거움과 공적 마인드 자체가 부재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