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올해 추석은 하반기 극장가 최대 대목으로 꼽힌다. 10월 3일 개천절부터 추석 연휴와 한글날까지 최장 10일간의 황금연휴가 이어지면서 이 기간 관객들과 만날 영화들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부터 추석 가족 단위 관객들을 겨냥한 코믹 액션, 그리고 배우 윤여정의 두 번째 할리우드 영화까지, 더욱 풍성한 극장가가 예상된다.

이 기간 만날 수 있는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12번째 장편인 신작 '어쩔수가없다'다. 이달 24일 개봉하는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등 명작을 연출한 '거장'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다.
특히 '어쩔수가없다'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호평을 끌어냈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 만에 이룬 쾌거일 뿐만 아니라, 지난달 28일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된 이후 현지의 뜨거운 호평을 받는 등 오는 6일(현지 시각) 폐막식에서의 수상 가능성도 높였다.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는 5일 기준 21명의 평론가로부터 호평을 받아 무려 100%의 신선도를 기록 중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특히 현지 영화제 공식 데일리 시아크 인 모스트라(CIAK in Mostra)가 5일 공개한 별점 평가에서 '어쩔수가없다'는 평점 4.1점의 '힌드의 목소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3.7점을 받았다는 점에서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어쩔수가없다'는 소설 '액스'가 원작으로, 정리해고를 당한 가장의 이야기가 주된 서사다. 배우 이병헌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정리해고라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상황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가장 만수의 모습을 그렸다. 또한 경쟁을 이어갈수록 극단적 선택지에 직면하며 내적 갈등을 겪는 만수와 박찬욱 감독의 아이러니한 유머를 더해 '어쩔수가없다'만의 드라마틱한 전개와 블랙 코미디가 주목된다. 여기에 매 작품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준 거장 박찬욱의 독보적인 미장센까지 더해지며 국내 관객들도 사로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엔 단연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가 선호된다. 이번 추석 개봉이 예정된 '보스'는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치열하게 '양보' 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야당'(2025) '하얼빈'(2024) '서울의 봄'(2023) '남산의 부장들'(2020)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내부자들'(2015)과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까지 흥행한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신작이다.
주연배우로는 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이 함께한다. 보스 자리 '쟁탈전'이 아닌, '양보전'을 펼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이들이 맡는 캐릭터 역시도 설정부터가 흥미롭다. 조우진은 조직의 2인자지만 사실은 전국구 맛집의 셰프가 되고 싶은 중식당 '미미루'의 주방장 순태를 연기했고, 정경호는 조직의 적통 후계자이지만 한순간 춤에 매료돼 최고의 탱고 댄서를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 강표로 분했다. 박지환은 조직의 넘버3로 아무도 원하지 않는 보스 자리를 나 홀로 원하는 판호로, 이규형은 언더커버 경찰로서 '미미루'의 배달부로 잠입한 태규로 각각 활약한다.
코미디로 여름 극장가에서 누적 관객 수 177만 명을 모은 '핸섬가이즈'에서 역대급 웃음을 터트렸던 박지환 이규형 콤비도 재회했다는 점도 기대된다. 높은 웃음 타율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코미디 열연은 물론, 액션으로 볼거리까지 갖췄다. 조우진은 최근 제작보고회에서 "추석하면 성룡 아닌가, 타격감도 있고 코믹하면서 캐릭터도 보이고 액션을 다양한 재미로 느끼실 수 있게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석 때 가장 많이 하는 인사말이 '풍성한 명절 행복하게 보내세요'인데 추석 상의 그런 풍성함과 닮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라고 강조했다.

윤여정의 신작도 추석 대목을 앞두고 찾아온다. 오는 24일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하는 '결혼 피로연'은 두 동성 커플의 가짜 결혼 계획에 눈치 100단 K-할머니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재벌 3세 민(한기찬 분)은 리(릴리 글래드스톤 분)와 안젤라(켈리 마리 트란 분) 커플의 시험관 시술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안젤라와 가짜 결혼을 계획하지만, 손주의 결혼 소식을 듣고 한국에서 날아온 할머니 자영(윤여정 분)으로 인해 예측 불가 해프닝이 벌어진다는 내용이다.
'결혼 피로연'은 제4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거장 이안 감독의 1993년 동명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리메이크작으로, 원작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시대적 변화와 한국 문화적 요소를 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한국계 앤드류 안 감독이 연출했으며, 윤여정이 그에게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안겼던 영화 '미나리'에 이어 또 한 번 더 K-할머니로 관객들과 만난다는 점도 눈길을 모은다. 윤여정의 존재감과 더불어 배우들과의 코미디 앙상블까지 어떤 조화를 이뤘을지도 더욱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