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제빵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규제에 대한 경쟁영향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빵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100원 이상 비싼 수준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높은 인건비와 원재료 등 비교 국가들과 상황이 다른 점을 들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글로우 성수에 마련된 유튜버 '슈카월드'의 베이커리 팝업 스토어 ETF베이커리를 찾은 시민들이 990원에 판매되는 소금빵을 고르는 모습./사진=뉴시스

유명 유튜버 '슈카'의 990원 소금빵 팝업스토어가 촉발한 비싼 빵값 논쟁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실제 통계청 물가로도 빵값이 6개월간 지속 상승해 이 같은 논쟁에 불을 붙였다. 소비자들은 빵값이 너무 비싸다며 불만을 터뜨리지만 업계에서는 높은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 등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제빵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에 대한 경쟁영향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빵값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탕종숙식빵 가격은 2024년 8월 기준 100g당 한국이 703원으로 가장 비쌌고 그다음으로 프랑스(609원), 미국(588원), 호주(566원)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 빵값이 비싼 이유에 대해 높은 인건비, 복잡한 유통 구조, 높은 원재료 가격과 수입 의존도 등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밀과 설탕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곡물 가격과 환율 변동 등에도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빵류 제조 비용 가운데 인건비 비중은 2022년 기준 28.7% 수준으로 전체 식품제조업(8.1%) 대비 약 3배 높다. 빵류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기준 3.2%로 전체 식료품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인 3.7%보다 낮다. 빵값은 올라가는데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빵의 주요 원재료인 계란과 우유 가격이 특수한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점도 빵값 상승 요인으로 거론된다. 계란은 생산자 단체가 고시하는 '희망 가격'으로, 우유는 생산비 연동제로 가격이 결정된다. 적정 가격 기준이 없다 보니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가격이 뛸 수 있는 구조다.

빵값 낮추려면 구조적 개선 우선돼야

공정위 보고서는 제당·제분업 시장 구조적 요인도 빵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꼽았다. 제당 시장은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세 회사가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양산빵 소매 시장에서 SPC삼립의 매출액 점유율이 80%에 달해 독점력이 존재할 가능성이 언급됐다. 그러나 해당 통계는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2022년 기준 제빵 시장 전체 규모는 약 11조5000억원, 양산빵 시장 규모는 약 3조9589억원으로 추정됐다. 같은해 SPC삼립의 베이커리 부문 매출은 8313억원, 소매점 제빵 매출은 4680억원 수준으로 각각 시장 점유율 7.2%, 11.8% 정도다. 독점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SPC삼립의 영업이익률 역시 1~2%대로 폭리 등 독점의 폐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빵플레이션' 해결을 위해서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원재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밀 생산 확대, 계란 생산 기반 확충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설탕 등 원재료 시장의 경쟁 도입이 필요하며 계란 유통구조의 투명화도 강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빵은 주식보다는 간식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고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 해외 시장과 단순히 가격 수준을 비교하기 어렵다"며 "밀·설탕·우유·계란 등 원재료들이 독특한 시장 구조에 얽혀 있어 매우 복합적인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