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스마트 건설 기술을 도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미세 콘크리트 균열을 탐지 중인 포스코이엔씨의 AI 드론 'POS-VISION'. /사진 제공=포스코이엔씨

# 2023년 8월 경기 안성시의 한 상가 공사현장. 건물 9층 바닥면이 8층으로 무너지며 외국인 근로자 2명이 숨졌다. 바닥면을 받치던 거푸집(가설구조물)과 동바리(지지대)가 하중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붕괴 전 균열이나 기울어짐을 파악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시설 붕괴 사고는 건설현장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산업재해로 지목된다.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반복되자 정부는 기업들을 상대로 강력한 제재 방침을 밝히면서 최근에는 스마트 건설 기술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미세 균열부터 근로자의 체온 변화를 감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마트 건설 기술이 현장에 스며들고 있다.


정부는 AI(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건설 안전관리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안전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설업계에도 투자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지난 8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6년 국토교통부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62조4000억원이 편성됐다. 예산안에 스마트 건설 기술 관련 항목이 다수 포함됐다. 먼저 중소 건설현장에 지능형 CCTV 등 장비 지원을 200개소에서 220개소로 확충한다. AI 응용제품 상용화 지원사업에는 880억원을 배정했다. AI 실증이 가능한 시범도시 조성사업에도 40억원이 편성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880억원 전체가 스마트 건설 기술 예산으로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 건설현장부터 대기업 현장까지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붕괴 조짐 미리 파악"… 건설현장에 등장한 AI 기술

대형 건설업체들이 스마트 건설 기술을 개발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AI 보행 로봇 '스팟'을 이용해 현장 위험 구역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3D(3차원) 형상 데이터를 취득하고 이를 근무자가 원격으로 파악해 구조물 붕괴와 가스 누출 등 위험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다.


AI 로봇들은 공중에서도 사고 예방에 앞장선다. 포스코이앤씨는 드론과 AI 기술을 접목했다. 드론이 공중에서 촬영해 콘크리트의 0.3㎜ 미세 균열도 탐지할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축적된 영상을 기반으로 창호 코킹 불량과 콘트리트 파손 등 품질 하자를 관리한다.

가상공간으로 현장을 이끌기도 한다. DL이앤씨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현장을 시뮬레이션한다. 디지털 트윈이란 실제 현장을 가상공간에 똑같이 만들어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다. 가상공간에서 현장의 위험을 감지하고 예방한다.

"건설자재 결함도 감지"… 신속한 현장 대응

사진은 한화 건설부문이 지난 15일에 도입한 와이어로프 스마트 안전진단 장비. /사진 제공=한화 건설부문

2023년 10월 부산광역시 강서구의 한 제조 공장에서는 와이어로프(강철 철사 여러개를 꼬아 만든 밧줄) 절단 사고가 발생했다. 와이어로프가 인양 물체의 힘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추락한 내용물에 깔린 근로자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와이어로프의 외부 결함은 육안으로 확인되나 내부는 진단 장비 없이 확인할 수 없다. 정기 점검때만 결함을 파악할 수 있다.

한화 건설부문이 지난 15일 발표한 와이어로프 스마트 안전진단 장비가 있었다면 이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와이어로프 스마트 안전진단 장비는 내부의 미세 결함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내장된 센서가 24시간 자기장 패턴을 분석해 변형 여부와 교체의 필요성을 즉시 알려준다.

지난 7월 경북 구미시의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 근로자가 작업 중 쓰러져 숨을 거뒀다. 그는 사망 직전까지 작업을 했다. 사고 당일 해당 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37도를 넘었다. 구조 당시 사망자의 체온은 40도에 달했다.

롯데건설은 '비접촉식 생체신호 측정기술'을 개발해 사고 예방에 나섰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가 심장 맥박에 따라 피부 색상의 변화를 감지한다. 15초 안팎으로 맥박과 체온 등을 확인한다. 측정 결과를 자동으로 기록해 근로자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건설업계 '환영'… 비용 리스크 상존

스마트 장비는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기술 혁신으로 기대를 모으는 동시에 비용 문제라는 장벽도 존재한다. 장기 불황으로 건설업체들이 실적 하락에 직면해 있지만 연구개발(R&D) 투자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재희 전국건설노조 노동안전실장은 "안전한 현장을 목표로 기술이 개발되는 것은 좋지만 비용 문제가 크다"며 "AI가 현장에서 활용되려면 지속해서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여러 장벽에도 R&D 투자를 지속하고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세 결함을 찾아내는 등 사람이 할 수 없는 부분을 대신하기에 현장에서도 긍정적"이라며 "앞으로 AI가 현장에 적극 투입된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장비부터 단계별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며 "현재 착공 예정인 현장부터 투입해 점차 늘려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