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동일 본사 전경./ 사진=DI동일 홈페이지

1000억원대 자금을 동원한 DI동일 시세조정 의혹 사건 경위가 밝혀지자 상법개정안 통과로 우려되는 점들이 가시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두 차례 상법개정안 법제화로 경영진 압박이 용이해지고 감사위원에 외부 세력 진입로가 넓어졌다. 이번 시세조정 의혹은 DI동일 오너가 지분율이 낮다는 것을 활용했고 회사 내 감사위원도 주가조작단과 관계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상법개정안 여파로 DI동일과 같은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세조종 의혹 이후 DI동일 주가는 종가 기준 지난 22일 3만6650원에서 지난 25일 2만850원으로 43.1% 떨어졌다. 시총이 단 3일 만에 3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4차례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지만 한순간에 무너졌다.


시세조종 의혹 과정 전반을 살펴 본 이들은 이번 DI동일 사례는 상법개정이 악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본다. DI동일는 오너가가 약 24%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만 2023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소액주주 연대와 경영진 갈등에서 연대 측이 지분 약 18%를 확보해 압박했다.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이들은 갈등 국면에서 주가가 오르는 점을 이용했다. 상법개정안 이사 충실 의무 확대로 이러한 분쟁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감사위원에 시세조종 의혹 세력과 관련된 인물이 선임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8월 상임감사로 임명된 A씨는 지난해부터 소액주주 연대 대표로 활동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A씨가 이번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사모펀드 관계자로 분류되는 B씨와 함께 소액주주 연대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DI동일 관계자는 A씨와 B씨 사이를 두고 "둘 사이에 친분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정확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수사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밝혀져야 하지만 상법개정에 담긴 집중투표제·감사위원 확대가 현실화되면 외부 세력이 이사진에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심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올해 12월 예고된 3차 상법개정안도 DI동일 사태와 접목될 수 있다. 3차 상법개정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골자인데 DI동일은 2023년부터 총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해왔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를 높이지만 경영진의 외부 공격 방어에는 취약하다. 소액주주 연대의 공격에 휘둘린 것도 막대한 자사주 소각 여파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상법개정안의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