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금호석유화학 전경. /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에 또 다시 경영권 분쟁 그림자가 드리웠다. 삼촌인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분쟁을 일으켰다 완패한 뒤 물러난 최대주주 박철완 전 상무가 이사회 재입성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다.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달 30일 금호석화의 자사주 담보 교환사채(EB) 발행이 주주가치 훼손이라고 주장하며 경영권 분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상무는 "EB 발행은 주주가치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만약 사측이 이를 추진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며 "EB 발행에 대해서는 이에 찬성하는 이사회 구성원에 대해 일반 주주들과 함께 법률상 가능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 경영권 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추가 지분 매입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정부의 2차 상법 개정으로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됐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로 현 경영진의 후보가 아닌 후보도 이사회 입성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측은 "있지도 않은 자사주 담보 EB 발행을 주장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다시 살리려고 하는 것은 소액주주들을 희망고문해 본인의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모종의 의도가 있지 않겠냐"며 박 전 상무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앞서 박 전 상무는 박 회장을 상대로 수차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전적이 있다. 2021년 1월 박찬구 회장과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 해소를 선언한 뒤 ▲배당 확대 ▲본인의 사내이사 추천 ▲본인과 우호적인 인물 4인의 사외이사 및 감사 추천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제기했다가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완패했고 이후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고됐다.

당시 박 전 상무는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목적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박 회장으로부터 회사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의도가 더 컸다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분쟁의 결과 금호석화 주가는 오히려 폭락했고 수많은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잇따랐다.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 사진=박철완 상무 측 제공

박 전 상무는 2022년에도 또 다시 경영권 분쟁을 시도했다. 박 전 상무는 본인이 금호그룹 장자라는 점을 내세우며 선친의 뜻을 이어 금호석화를 이끌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또 다시 주총 표대결에서 패배하며 무위에 그쳤다.

지난해 3월엔 행동주의 펀드와 손을 잡고 자사주 소각을 비롯한 주주제안을 냈지만 이마저도 패배했다. 잇단 분쟁 시도에도 별다른 소득이 없자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끝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지만 이번에 재차 '조카의 난'을 시도하고 있다.

재계는 박 전 상무가 직접 "아직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밝히며 상법 개정안 통과를 기점으로 이사회 재진입 의지를 드러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집중투표제가 의무화 된만큼 박 전 상무 측이 보유 중인 금호석화 지분 11.49%를 몰아주면 이사 선임이 가능하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추가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3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 기업이 제3자에게 교환사채로 발행할 경우 의결권이 생기는데 박 전 상무가 이를 막기 위해 EB 발행을 견제하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최근 박 전 상무의 모친인 김형일 전 금호석화 고문이 별세한 이후 모친 보유주식 2만5000여주의 상속에서 경영권 분쟁이 지속됨을 강조해 상속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

금호석화 측은 박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 시도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금호석화의 기존보유 자사주는 2021년 말 기준 520여만주로 총 발행주식수의 약 17.79% 였다. 금호석화는 최근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개정이 대두되기 이전부터 자사주 소각 및 활용에 대해 계획을 주주 및 투자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었고 기존 보유 자사주의 약 50%(약 260만주)를 2026년 상반기까지 소각 완료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꾸준히 자사주를 시장에서 사들여 최근까지 총 3500억원(약 250만주) 어치의 자사주를 추가로 소각했다. 현재까지 소각된 자사주 합계는 약 426만주, 내년 상반기 소각예정인 물량을 합친다면 총 513만여주로 기존 보유자사수 수량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자사주에 대해서는 50% 3년내 소각, 50%는 투자재원으로 활용 한다고 주주들에게 밝힌적 있고 투자재원 활용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EB는 그 방안 중의 하나일 뿐이며 현재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