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주가가 급등세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고점 우려에도 증권가에서는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07% 오른 9만4400원에 마쳤다. SK하이닉스는 8.22% 뛴 42만8000원으로 상승 폭이 더 컸다.
삼성전자는 이날 한때 9만4500원, SK하이닉스는 42만8000원까지 고점을 찍었다. 오픈AI(인공지능) 스타게이트 호재 전이었던 지난달 26일에 비하면 종가 기준 상승 폭이 삼성전자 13.3%, SK하이닉스는 27.1%에 달했다.
주도주뿐 아니라 섹터 전반에도 온기가 퍼졌다. 삼성자산운용 KODEX 반도체 ETF는 지난달 26일 4만5090원에서 이날 5만1995원으로 15.3% 상승했다. 삼성자산운용 KODEX 반도체 ETF는 한국거래소가 반도체 대표주 20종목으로 구성한 KRX 세미콘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증권가에서는 일각에서 제기된 AI와 반도체 관련주 고점 우려가 기우에 불과했다는 반응이다. 이날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가를 11만5000원, SK하이닉스 목표가를 50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한국투자증권도 삼성전자 목표가를 12만원으로 높였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연휴 기간에는 오라클 클라우드 서비스 마진이 시장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보도로 AI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됐다"면서도 "다양한 AI 대규모 투자 계약과 젠슨 황 블랙웰 수요 코멘트를 고려하면 아직 AI 수요는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모델이 단순한 질의응답에서 복잡한 추론까지 가능해지면서 연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엔비디아 최신 AI 칩 블랙웰 수요가 매우 높다고 자신했다. 현재는 AI 고점이 아닌 새 산업 혁명 초기와 같은 본격화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류 연구원은 "최근 수급이 빠듯해진 메모리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번 사이클이 더 길고 강력하게 지속될 것으로 보는 상황"이라며 "국내 메모리 대표 업체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도 "지금은 밸류에이션 상한선을 높일 수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와 비교하면 한국 반도체는 여전히 싸게 거래된다"며 "디램(DRAM) 가치를 감안할 때 급등한 주가에 두려움을 갖기 보다는 아직은 사이클을 즐겨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전과 다르게 AI 반도체에 새로운 고객사가 떠오르는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의존도가 올해 64%에서 내년 56%로 축소될 것"이라며 "구글은 11%에서 15%로, 아마존은 9%에서 14%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고객사 다변화 측면에서 HBM 산업 전반에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네오 클라우드 업체들의 추가 수주와 생산 시설 증설도 지난달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이슈였다"며 "이들은 기존 빅테크 업체들과 달리 신생 업체들이라 실사용 물량에 재고 비축 수요까지 동반한 강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