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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 후 고향에서 소를 키우며 자연과 함께 시를 노래하는 구제근 시인(68)이 첫 시집 '아이보리 춤추다'를 냈다.
구제근 시인은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향수)로 대표되는 정지용 시인의 고향인 충북 옥천의 토박이이다. 순수서정을 가슴에 담고 동심의 세계를 향유하며 애향심과 효덕의 품성으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인간적인 삶과 가족사랑의 미학을 승화시켜 창작에 임해 왔다.
그의 첫 번째 시집인 '아이보리 춤추다'는 2024년 6월 '지구문학' 여름호 신인상에 당선돼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한 후 소년시절부터 창작해 온 70여편을 모아 엮은 처녀시집이다. 시 작품 모두가 지역사회를 대변하는 인간애와 향토사랑을 담고 있다. 창작 근간에 시인 스스로의 정신과 사유의 성찰로서 삶을 순화시키는 미의식에 천착해 아름답고 감미로운 시어를 창출했다.
시집은 문화예술을 중시하는 옥천군 문화진흥기금에서 제작비 상당액을 지원해 제작했다. 옥천문인협회 회장으로서 오랫 동안 문단 활동을 이어온 박해미 시인이 작품해설을 맡았다.
다음은 시집 첫머리에 실린 시인의 말이다.
KT에서 퇴직한 뒤 축산업에 몸담으며 자연과 더 가까워졌습니다. 어느 봄날, 바람에 흔들리는 참나무의 어린 순을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인간이나 식물이나 역경을 겪으며 성장한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새순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쓴 '새순', 산자락을 감싸는 원목의 아름다움을 보며 적은 '무지개', 그렇게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느낀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아내와 가족들의 칭찬이 더해져 시에 대한 애정도 점점 깊어졌고, 생각날 때마다 메모장에 기록하며 작은 시집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소 키우며 옥천 성모병원 장례식장의 일도 거들면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더 깊은 감정과 깨달음을 시 속에 담고 있습니다.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으며 기쁨보다 두려움이 더 큽니다. 아직 부족하고 서툰 글이지만, 앞으로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끝으로, 제 시집의 작품해설을 위해 정성과 시간을 아끼지 않으신 박해미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선생님의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 덕분에 제 시가 한층 더 빛을 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