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미국 출장길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 4월 4대그룹 총수가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미국 출장길에 나선다. 이번 방미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개최하는 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투자 유치 행사에 초청했기 때문이다.

총수들은 행사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에도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양국 정부의 관세 협상 후속 논의에 총수들이 힘을 보태는 '지원 사격'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경영계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은 오는 18일경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스타게이트 투자 유치 행사에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을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으로 유명한 이 리조트 행사에는 손 회장의 초청을 받은 70여개 글로벌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현재 한·미·일 경제 대화 참석차 일본에 머무는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계획이며 최태원 회장은 16일 이미 미국으로 출국했다. 구광모 회장 역시 이번 행사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함에 따라 4대 그룹 총수와의 회동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투자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인과의 골프 회동도 예정돼 있다.

이번 방미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손 회장이 주도하는 500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 도출이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 오라클과 손잡고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를 이끌며 'AI 동맹군'을 모으고 있다.


이미 삼성과 SK그룹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방한을 계기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올트먼 CEO는 양사에 2029년까지 월 90만장 규모의 D램 안정적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과 SK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저전력 D램(LPDDR) 등을 공급하고 AI 데이터센터 건설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총수들의 방미 일정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워싱턴DC로 출국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김 실장의 방미 결정에는 총수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계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미 양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자금 운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다.

이에 총수들은 이번 출장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의 세부 방안을 조율하고 정부의 협상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4대 그룹을 포함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1500억달러(약 21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조선·원자력·항공 등 분야에서 11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가 체결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 총수들의 회동을 주선한 손정의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에도 마러라고를 방문해 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깊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