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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도 공부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의 성장세는 스스로 판단하고 공부하는 자기 주도형 투자자들이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TF는 단순히 싸고 편리한 상품이 아니라 구조를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진정한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자산입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본부장은 최근 머니S와 인터뷰에서 ETF 시장의 트렌드를 이같이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의 부상이 핵심이라는 을 꼽았다. 김 본부장은 "과거엔 펀드·ELS(주가연계증권)·실물 채권·주식 등 다양한 수단으로 자금이 분산됐지만, 최근 개인 자금이 ETF로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자산 측면에서도 지난해까지는 해외 비중이 높았으나 올해는 국내 증시의 레벨업 시도와 함께 국내 ETF로의 유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TF 과열 경쟁 우려… 투자자는 '괴리율'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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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TF 시장의 제도 개선 과제로는 세제 불균형 해소를 꼽았다. 그는 "해외 직구 ETF는 양도소득세로 분리과세되지만 국내 ETF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라며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해외 직구 ETF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국내보다 해외 직구로 투자하게 되면 외화 유출의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관련해선 "세상의 변화를 감안해서 금융당국에서 규제나 가이드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 대상이 ETF와 펀드까지 확대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이다. 김 본부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 대상을 ETF까지 확대한다면 배당주 ETF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ETF 시장이 과열 경쟁 국면에 들어서면서 보수 인하 경쟁이 과도해지는 점도 우려했다. "1bp(베이시스포인트)(0.01%) 차이를 내세워 투자자를 유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ETF의 본질은 가격 경쟁이 아니라 운용 품질, 호가 관리, 포트폴리오 구성 역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TF 투자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으로 괴리율 관리를 꼽았다. 그는 "ETF는 상장돼 거래되기 때문에 언제나 적정 가격에 머물지 않는다"며 "순자산가치(NAV)와 괴리율이 큰 ETF는 투자자에게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괴리율이 작은 상품을 선택하는 게 기본"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ETF는 대부분 모바일이나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해 직접 투자하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분별한 정보에 흔들리기보다 금융기관의 공식 자료나 리포트를 꾸준히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기투자, '성장 스토리와 리밸런싱' 전략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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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자산운용의 ETF 브랜드 'SOL ETF'는 출범 4년 만에 순자산 10조원을 돌파했다. 김 본부장은 "SOL ETF는 개인 투자자의 퇴직연금 등 장기 자산 운용에 도움을 주기 위해 탄생했다"며 운용 철학으로 'Narrative and Numbers'(성장 스토리와 실적)를 언급했다. 그는 "성장 스토리(Narrative)가 분명하고 그 스토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적(Numbers)이 있는 자산만을 상품화한다"며 "그래야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현재 SOL ETF 조직은 약 20명 규모로, 상품 전략·운용·개발·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가 협업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각자의 역할은 다르지만 모든 구성원이 상품 전략에 함께 참여하는 팀 구조를 지향한다"며 "올해 퀀트 조직이 ETF 운용본부에 편입돼 운용 효율성과 정교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장기 투자자에게는 성장 스토리와 실적에 기반한 분산투자와 주기적 리밸런싱을 조언했다. 그는 "과도한 매매는 오히려 비용을 키운다"며 "분기나 반기마다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며 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했다.
주목할 만한 테마로는 AI(인공지능)를 꼽았다. 김 본부장은 "19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모바일이 그랬듯 AI는 앞으로 10년간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AI 관련 산업뿐 아니라 전력·원자력·의료·모빌리티 등 관련 분야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ETF 시장은 2021년 70조원 수준에서 현재 250조원을 넘어섰다. 김 본부장은 "이 속도라면 2030년에는 5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며 "퇴직연금 자금이 ETF로 본격 이동하면서 장기 투자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불과 4년 전 2조원 수준이던 퇴직연금 내 ETF 잔고가 이제는 30조원을 넘었다"며 내년에는 40조 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 자금이 ETF로 흘러들고 있다는 건 시장이 성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 본부장은 다시 한번 '투자 공부'를 강조했다. 그는 "ETF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상품이지만 이해 없이 투자하면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기 쉽다"며 "결국 공부하는 투자자, 스스로 판단하는 투자자가 시장의 진짜 승자"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