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창립 70년을 넘어선 한화그룹이 조선과 방산을 주력 산업으로 내세우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동관 부회장의 결단으로 부활한 한화오션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시절 강성 노조와 부실 경영으로 '인수 난제'로 꼽혔던 회사를 김 부회장이 인수해 투자를 집중한 결과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채권단 관리 체제에 있던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의 지배 아래 구조조정을 반복하며 수년동안 적자에 시달렸다. 2015년 5조원대 회계부정 사태 이후 경영 신뢰가 추락하고 노사갈등이 격화됐지만 김 부회장은 2022년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인수하기로 결단했다. 이듬해 금융위원회 승인 이후 '한화오션'으로 재탄생했다.
한화그룹 편입 후 한화오션은 민간 중심 지배구조로 전환하면서 경영 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최대주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30.44%)며 KDB산업은행과 한화시스템이 주요 주주다.
인수 전후 변화는 수치로도 뚜렷하다.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22년 매출은 4조8602억원, 영업손실 1조6136억원에 달했지만 2024년에는 매출 10조7760억원, 영업이익 2379억원으로 140% 성장하며 흑자 전환했다. 시가총액 역시 인수 당시 2조473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11조4000억원대로 약 4.6배 뛰었다. 한화오션 덕분에 한화그룹 전체 시가총액은 2022년 80조 원대에서 최근 125조 원을 돌파하며 재계 순위 7위권에 안착했다.
한화오션 성장세는 미국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기반으로 미국 정부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룹 차원에서 50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해 LNG 운반선과 해군 함정블록을 건조할 계획으로 김 부회장은 "든든한 파트너로서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함께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실은 국내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1일 북미 선주로부터 3534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금액은 작년 매출액(10조7760억 원)의 약 3% 수준이다. 올해 목표 수주액 140억달러(약 20조원)의 65%도 이미 달성했다. 고부가가치 LNG선 중심 수주 전략이 반영돼 수익성도 높다.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 매출 6조4372억원, 영업이익 630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공고히 했다. 와이즈리포트 컨센서스에 따르면 3분기(2025년 9월 예상 기준) 실적은 매출 3조2956억원, 영업이익 3514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37% 증가한 수치다. 수주잔고는 27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LNG·암모니아 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 중심의 신규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의 인수 결단이 한화오션의 체질 개선과 글로벌 진출의 기반이 됐다"며 "조선·방산 시너지가 본격화되면서 내년 실적 상승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