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5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으로 사실상 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하는 자리다.
이날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출국에 앞서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세안 정상들과의 신뢰 관계를 심화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싶다"며 "세계의 중심에서 당당히 빛나는 일본 외교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다카이치 총리는 외교 정책의 핵심 축으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제창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세계의 성장 중심지인 아세안을 일본 외교 구상의 핵심 축으로 삼아 연대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26일 아세안 10개국과 공식 가입을 앞둔 동티모르가 함께하는 '일·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다.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 정상들과 양자 회담도 조율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다카이치 총리는 아세안 관련 일정을 조기 마무리하고 같은 날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카이치 총리와의 회담에 대해 "그녀를 만나는 것이 기대된다"며 "그녀는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친구였고 아베는 나의 훌륭한 친구였다. 아주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미·일 무역합의 재협상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나는 어떤 논의에도 열려 있다"며 "일본과는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그녀와도 매우 좋은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7월 미국과의 협상에서 관세를 15% 수준으로 인하하는 대신 5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약속했다. 투자 방식과 시기 등은 협의할 계획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조기 상향하겠다고 발표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적극 호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