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열린 ‘2025 김천김밥축제’ 현장에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몰리며 곳곳이 인산인해를 이뤘다./사진제공=김천시


김천의 대표 푸드페스티벌로 자리 잡은 '김천김밥축제'가 지난 25~26일 이틀 동안 15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흥행 가도를 달렸다.

김천김밥축제는 첫날에만 8만명 이상이 몰려 교통정체와 품절 사태가 빚어질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SNS와 언론에서도 '착한 가격', '맛과 재미를 모두 잡았다'며 호평이 이어졌다. 다만 진입 교통체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완 과제로 지적됐다.


반면 한 달 전 열린 '김천포도축제'는 분위기가 정반대였다.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린 포도축제는 하루 수천명 수준의 관람객에 그치며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포도축제는 지난해 총사업비 5억3000만원 중 약 2억원을 무대 설치 등 시설비에 지출했다. 특히 파라솔 설치에만 6000만원이 추가로 투입돼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이 시설비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총사업비 5억5000만원이 편성됐지만 체험·전시 콘텐츠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예산을 흘려보냈다"는 비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김천포도축제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이 공사장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산한 축제장 모습이 눈에 띈다./사진=머니S 박영우

시민들은 "볼거리도 즐길거리도 없었다. 큰 무대만 덩그러니 있었다"며 콘텐츠 부재를 지적한다.


운영 과정의 불투명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선정위원 구성과 업체 선정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주먹구구식 운영'이라는 지적과 동일 업체가 반복 선정되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았다. 더불어 축제장 입구 설치물은 "공사장을 떠올리게 한다"는 불만을 낳으며 '기획력 부재' 문제가 더욱 부각됐다.

김천은 전국 대표 포도 산지로 꼽히지만 축제 기획은 여전히 샤인머스캣 단일 품종 중심에 머물러 있다. 최근 샤인머스캣은 생산량 증가와 가격 하락, 산지 간 품질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어 단일 품종에 의존한 축제 전략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다.

지역 전문가들은 "포도만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가공식품, 와인, 로컬푸드, 체험형 관광 등과 연계된 복합형 콘텐츠 전략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축제 기획력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만큼 흥행 모델을 증명한 김밥축제의 기획 노하우를 확장하는 동시에 포도축제의 실패 원인을 정확히 짚어 전면적 재설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 반복된다면 내년에도 부진이 이어지는 '실패의 데자뷰'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