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세대를 더 젊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18세 나이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김영원(하림)이 세대교체에 대한 책임감이 담긴 우승 소감을 전했다.
김영원은 지난 28일 경기 고양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6차 투어 휴온스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에서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스페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24-25시즌 6차 투어(농협카드 챔피언십) 이후 1년 가까이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김영원은 오랜 슬럼프를 끊어내고 마침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영원은 이번 우승으로 10대 선수 중 유일하게 두 번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선수가 됐다.
결승을 마친 후 김영원은 "4세트까지 분위기가 산체스 선수 쪽으로 넘어가서 마음을 편하게 먹었는데 후반에 운이 좀 따랐다"며 "이길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우승해서 너무 기분 좋다"고 웃었다.
두 번의 우승 중 뭐가 더 기쁘냐고 묻자 "첫 우승보다 산체스 선수를 꺾은 지금이 훨씬 더 기쁘다"며 "아무래도 4대 천왕(딕 야스퍼스, 토브욘 브롬달, 프레드릭 쿠드롱 등)이고 우상 같은 분을 꺾어서 영광이고 어리고 젊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준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어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고 나서 당구를 더 젊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새 시대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슬럼프 탈출 비결로 초심을 꼽았다. 김영원은 "잘 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변화를 줬다가 원래 치던 당구에서 많이 벗어나고 혼란이 왔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원래 잘하는 걸 하자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원래의 김영원으로 돌아왔는지 묻자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구력이 짧아서 잘 치는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김영원은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통해 계속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PBA 선수들은 물론 야스퍼스나 조명우 등 다른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 경기도 교보제 삼고 있다.
다가올 7차 투어(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 목표를 묻자 "지난번에 두 번 연속 우승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우선 그걸 이뤄보고 싶다"며 "첫 우승 직후 다음 대회가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이었다. 그때도 준결승까지 갔었는데 이번엔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저를 많이 응원해주시는 작은할아버지께서 위중하시다. 그래서 더 열심히 연습했고 우승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산체스는 이날 경기 후반부터 통증을 느끼며 표정을 찡그렸다. 부상이 있었는지 묻자 "다리가 아팠던 건 사실이다. 10년 전부터 그랬다"라며 "1년에 5번 정도 경련이 일어날 때가 있다. 그동안 시합때 괜찮았는데 하필 오늘 그랬다"고 아쉬워했다.
통증이 패배의 원인이라 생각하는지 묻자 "경기에 지장이 있었던건 맞지만 발 통증은 핑계일 뿐이다. 김영원 선수가 너무 잘했고 난 실수가 잦았다"고 단언했다.
우승자 김영원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산체스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선수라고 생각한다. 18세 나이로 이 정도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놀랍다"며 "이런 재능을 가진 선수는 조명우 선수와 김영원 선수뿐이었다"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