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1월1일과 1990년 11월1일 가수 유재하와 김현식이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고 유재하(왼쪽), 김현식 모습. /사진=한양대학교 제공, 뮤지컬 '사랑했어요' 제공

1987년 11월1일과 1990년 11월1일 짧고 강렬했던 싱어송라이터 유재하와 감성적인 보컬리스트 김현식이 각각 세상을 떠났다. 11월1일은 한국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유독 가슴 시린 날로 기억된다.

8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였던 유재하와 김현식은 향년 25세, 향년 32세로 모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지금까지도 많은 팬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특히 친구 사이였던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3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같은 날 숨을 거뒀다. 두 사람의 잔잔한 목소리와 시 같았던 노래 가사는 지금도 후배 가수는 물론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단 한장의 앨범, 잊히지 않는 목소리

1962년생인 가수 유재하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1987년 11월1일 향년 25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가수 유재하 모습. /사진=유재하 장학재단 제공

1962년 태어난 유재하는 한양대 작곡과를 졸업하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86년 김현식과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에서 함께 활약했다. 두 사람은 이 시기에 만나 깊은 우정을 나눴다. 다만 앨범 준비 중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유재하는 입단 6개월 만에 팀을 탈퇴했다.


유재하는 밴드 활동을 거쳐 1987년 8월 정규 1집 '사랑하기 때문에'를 발표했다. 작사·작곡·편곡·연주까지 그가 직접 참여한 이 앨범은 '사랑하기 때문에' '내 마음속에 비친 내 모습' '그대 내 품에' 등 다수의 명곡을 담고 있다.

그러나 유재하는 앨범 발표 석 달만인 1987년 11월1일 새벽 서울 용산구 강변북로 인근에서 친구가 운전하던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한 승용차와 충돌하면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유재하의 앨범은 사후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고 그가 남긴 선율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도 FT아일랜드, 수지 등 여러 후배 가수들의 리메이크를 통해 기억되고 있다.

같은 날 떠난 또 한명의 뮤지션… 가슴 아픈 우연, 그리고 우정

1958년생인 김현식은 간경화로 1990년 11월1일 우리의 곁을 떠났다. 향년 32세. 사진은 가수 김현식 모습. /사진=슈퍼맨씨엔엠 제공

1958년생인 김현식은 1980년 '봄여름가을겨울'을 타이틀곡으로 한 1집 앨범을 발표했다. 이후 1985년 김종진, 전태관, 장기호, 유재하와 함께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그룹을 결성했다. 3집 앨범 '비처럼 음악처럼'이 30만장이 팔리면서 봄여름가을겨울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김현식은 간경화 투병 중에도 음악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1988년 이후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했고 1990년 11월1일 간경화로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32세. 특히 김현식은 친구였던 유재하가 세상을 떠난 뒤 술에 의존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현식이 투병 중 작업한 6집 앨범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인 1991년 발매됐다. 해당 앨범에는 '내 사랑 내 곁에' '추억 만들기' '사랑했어요' 등 다수의 명곡이 담겨 있다. 김현식의 유작인 6집은 200만장 판매고를 올리며 골든디스크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두사람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대중의 귀를 즐겁게 만들고 있다. 추모도 이어진다. 유재하를 기리는 '유재하음악경연대회가' 1989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으며 조규찬, 고찬용, 유희열, 김연우, 강현민, 루시드폴, 이한철, 방시혁, 스윗소로우 등 300여명의 싱어송라이터를 배출했다. 또 김현식 30주기 리메이크 앨범 '추억 만들기' 음원이 발표되기도 했으며 김현식의 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사랑했어요'가 몇 년간 공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