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해 4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여전히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애플이 AI(인공지능) 시대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애플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8% 오른 1025억달러(약 146조4417억원), 순이익은 1.85달러(약 2643.10원)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중국 판매는 부진했지만, 유럽과 일본 등에서 판매가 늘며 전체 실적이 증가했다. 중국 이심(eSIM) 규제 문제로 아이폰 17 에어 모델의 출시 지연에 따라 4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4% 하락한 145억달러(약 20조7161억원)를 기록했다. 유럽과 일본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15%, 12% 늘었다.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737억달러(약 105조2951억원), 서비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오른 288억달러(약 41조1465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 아이폰 17시리즈 판매량은 1053만대로 16시리즈 동기간 판매량 대비 21% 상회했다.
애플의 호실적에도 주가는 나스닥 대비 소폭 부진한 상황이다. 애플은 지난 31일 전 거래일 대비 0.38% 하락한 270.37달러(약 38만6223원)에 장을 마쳤다. 나스닥은 올 초 대비 23.05% 올랐지만, 애플은 올 초 대비 10.88% 상승에 그쳤다.
이처럼 애플이 미미한 주가상승을 보인 배경에는 AI 부진이 꼽힌다. 애플은 지난해 7월 WWDC(세계개발자회의) 행사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이며 지난해 탑재될 것으로 발표했으나 출시가 현재까지 미뤄지고 있다.
이주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AI 부진으로 지목받고 있는데, 애초부터 애플은 세트 산업"이라며 "AI 산업은 규모가 점점 커지는데 스마트폰은 2017년 고점 찍은 뒤 연간 출하량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시대에서 세트 산업 기업들은 메타, 샤오미처럼 세트를 확장해야 하는데 애플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AI 서비스가 미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플 세트 산업은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주요 IT 세트(완제품)와 관련된 부품·소재·장비 산업을 뜻한다.
"AI 기술 개발 진전이 주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
애플은 내년 AI를 탑재한 개인화된 시리를 출시할 것으로 발표했는데 증권가에선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애플 인텔리전스에서 사용되는 서버를 생산하는 시설이 몇 주 전 휴스턴에서 가동을 시작했고 데이터센터 투입을 위한 서버 램프업 계획도 시작됐다"며 "올해 집중됐던 자사 데이터센터의 PCC(Private Cloud Compute) 환경 구축을 얼추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4년간 6000억달러(약 857조1000억원)를 첨단 제조, 실리콘 엔지니어링, AI에 투자할 것이란 계획도 혁신 탑재를 위한 애플의 의지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장문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향후 AI 기능이 본격 적용될 경우 광고, 스토리지 업셀링 등 부가 매출 기회가 확대되며 서비스 부문의 성장 가속 트리거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AI 기술 개발 진전이 주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애플은 관세 불확실성도 완화되는 추세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화해 무드와 생산기지 이전 등으로 관세 불확실성 완화"라며 "14억달러(약 2조1억원) 수준의 관세 비용 전망에도 불구하고 내년 1분기 총이익률 가이던스 47~48% 제시 등이 그 근거"라고 설명했다.